[미디어펜=조성준 기자]폐배터리가 재활용을 통해 새로운 자원으로 탈바꿈하는 자원순환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정부도 내년부터 폐배터리를 재활용할 때 나오는 블랙파우더 등 중간 가공물을 재활용 제품으로 인정하기로 하는 등 제도 정비에 나섰다. 아울러 제주도, 경북 포항 등에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보급 규모는 2019년 3만5080대에서 2022년 16만4486대로 3년 사이 4.7배 늘었다. 자연스럽게 폐배터리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환경부는 내년 상반기 중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블랙파우더를 재활용 제품으로 인정하고, 사업 허가와 수입 인허가 절차도 완화할 계획이다.

블랙파우더(BP·Black Powder)는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배터리에 쓰이는 핵심 원료가 포함된 검은색 분말을 말한다.

 

그간 블랙파우더는 '중간 가공폐기물'로 분류돼 재활용 관련 사업 허가나 입지 규제, 보관, 운송, 거래 등 절차에서 규제를 받았다.

폐배터리 재활용이 미래 친환경 기술 중 하나로 부상하면서 블랙파우더의 자원화 목소리가 커졌고, 이에 정부가 제도 정비에 나선 것이다.

블랙파우더 활용 등 폐배터리 테스트베드로는 제주도가 낙점됐다.

최근 환경부는 제주특별자치도 및 ㈜에스에프에코와 제주도에 보관 중인 재활용 용도의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를 전처리(파분쇄를 통해 블랙파우더 생산)하는 시범사업 추진 협약(MOU)을 체결했다.

제주도는 친환경차 보급 노력으로 전기차가 많은 곳이다. 제주도 내에서 반납된 전기차 폐배터리가 많지만 이를 재활용할 마땅한 시설이 없었다.

이번 MOU가 향후 제주도 내 재활용 전처리 시설 설치로 이어지면 전처리를 통해 만들어진 블랙파우더 해상 운송이 가능해 육지의 후처리 시설(제련공정을 통해 리튬, 코발트 등 추출)로 운송이 가능하다.

이밖에 경북 포항에는 2025년까지 폐배터리 재활용업체와 창업·교육지원시설을 집결한 산업단지가 들어선다.

'포항 자원순환 클러스터'로 불리는 이 사업에는 489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1만7000㎡(약 5142평) 규모로 조성된다. 

이 클러스터는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실증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와 배터리 성능 및 안전성 시험평가 인증 등 폐배터리 산업의 통합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한편, 폐배터리 재활용에 민간 기업들의 진출도 늘어나고 있다. 

재제조 시장에는 현대차가 진출해 있으며, 포엔, 피엠그로우 등 중소기업들도 새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재사용 분야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전기차 보급 확산과 맞물려 계속 커질 전망이다"라며 "배터리 소재 공급망 대응 전략으로도 각광받고 있어 광물 추출 등 재활용 기술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