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지난 7월,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서이초등학교 사건. 교사 2년 차 스물넷 선생님이 아이들을 가르치던 교실 안 창고에서 안타깝게 세상을 등지면서, 전국 50만 중 30만 명의 선생님들이 거리로 나선 바 있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2개월이 지난 9월, 대전에서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언제나 바르고 다정하게 아이들을 가르쳐왔다는 20년 경력의 심 선생님. 서이초 박 선생님의 비극으로 슬픔이 채 가시지 않았던 시기, 심 선생님에게는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심 선생님이 눈물이 이렇게 그렁그렁 맺혀가지고 ‘제가 아동학대를 했대요, 선생님들..'" - 심 선생님 동료 교사
지난 2019년, 1학년 담임을 맡은 심 선생님 반엔 유독 장난으로 보기 어려운 위험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이 여럿 있었다고 한다. 가위를 들고 친구의 신체 가까이에 갖다 대거나, 친구들의 목을 조르거나 때리는 등 위협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보였다는 몇 명의 아이들. 심 선생님은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들에게 즉각적인 지도를 해왔는데, 학부모들의 항의와 민원이 계속되더니 끝내 아동학대 가해자로 신고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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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홈페이지 |
▲ 비극의 시작, 뺨 사건과 학대 신고
1학년 A가 쉬는 시간에 친구의 뺨을 때린 사건이 발생하자, A에게 사과하도록 설득했다는 심 선생님. A가 끝내 사과하지 않자, 선생님은 반 친구들에게 A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고, 끝내 지도할 수 없어 교장선생님에게 A의 지도를 부탁했다고 한다. 그러자 A의 학부모가 학대를 당했다며 국민신문고에 공개적으로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담임교사가 아이를 어떻게 혼낼까 하고, 인민재판을 하듯 다른 아이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물어봄. 담임교사의 정서적 학대에 대한 조사를 원함.' - A 부모의 국민신문고 민원 내용
'같은 반 친구와 놀다가 손이 친구 뺨에 맞았을 뿐'인데, 심 선생님이 A에게 소리를 지르고 다수의 아이들 앞에서 혼을 냈으며 인민재판식으로 모욕을 줬다고 주장한 학부모. 과연 뺨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런데 해당 학부모의 민원으로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열렸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조사와 경찰 수사 끝에 심 선생님은 결국 아동학대 혐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 아이들을 지키겠습니다, 선생님들을 지켜주세요
신고를 당하고 11개월 후, 검찰로부터 교육 목적의 훈계였다며 무혐의 처분을 받은 심 선생님. 하지만 그녀는 줄곧 교실로 돌아갈 수 없었고, 결국 올해 9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누구보다 교실과 아이들을 사랑했고 빨강머리 앤을 좋아해 힘든 일도 잘 털어냈다는 그녀는, 어떻게 아동학대 신고를 당해 수사까지 받게 된 걸까. 각종 기록을 분석하고 관련자들을 만나 진실을 추적해본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다른 아이의 돈 50원을 훔쳤습니다. 학부모에게 알렸더니, ’선생님, 공감은 해주셨나요?‘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공감해주면 되지 왜 아이를 나쁘게만 얘기하느냐고‘> - ‘학부모 교권침해 민원사례 2077건 모음집’ 中
한편, 서이초 사건 발생 후 66일 만에 교권 4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수많은 대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교권을 신장하겠다며 내세운 방법들은 악성 민원이나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멈추게 할 수 있을까? 거리에 나섰던 교사들의 진짜 바람은 무엇이었을까?
오늘(23일) 밤 11시 10분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2023년 위기의 교실을 돌아보며, 누구의 교실도 아닌 모두의 교실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고민해본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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