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4대(KB·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가 연말을 맞이해 그룹 조직개편 및 경영진·임직원 인사를 단행했다. 부회장직 폐지와 조직 통폐합 등을 통한 경영 효율화가 가장 눈에 띤다. 

새해에도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금융권이 효율적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해 위기 대응에 나서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상생금융 요구에 발맞춰 관련 부서를 마련한 점도 눈길을 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는 일제히 조직개편 및 임원진 인사에 나섰다. 공통 분모는 '슬림화'다. 세분화된 조직 체계를 유사 영역별로 통폐합해 경영 효율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게 구상이다. 

우선 KB금융지주는 전날 조직개편에서 기존 3명의 지주 부회장 등이 총괄했던 10개 사업부문 중 △디지털 △IT △글로벌 △보험 등은 독립 부문으로 강화했다. 계열사간 시너지체계가 정착된 △개인고객 △WM연금 △SME △자산관리 △자본시장 △CIB조직 등은 계열사 자율경영체계로 재편했다. 

이에 부회장 직제는 폐지됐으며, 기존 '10부문 16총괄 1준법감시인' 체계가 '3부문 6담당 1준법감시인'으로 간소화됐다. 

신한금융도 슬림화를 택했다. 신한금융은 기존 11개 부문을 그룹전략·재무·운영·소비자보호 등 4개 부문으로 통합했고, 부문 내 파트 조직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지주의 경영진은 10명에서 6명으로 축소됐다. 11개 부문은 △그룹전략부문 △그룹재무부문 △그룹운영부문 △그룹소비자보호부문 등 4개 부문으로 통합하고, 부문 아래 파트 조직을 신설했다. 

하나금융도 지주사 '3인(이은형·박성호·강성묵) 부회장 체제'를 폐지하고 '부문 임원' 체제를 새롭게 도입하는 조직 통폐합에 나섰다. 이 중 박 부회장은 임기 만료로 퇴임했고, 이 부회장은 '그룹ESG부문·글로벌부문·브랜드부문'을, 강 부회장은 '그룹손님가치부문'의 부문장으로서 활약하게 됐다. 

이를 통해 하나금융은 유연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하고, 각 분야 전문성을 보유한 리더를 전면 배치한다는 구상이다.

우리금융은 기존 '부사장·전무·상무'로 나뉘었던 지주 임원 직위 체계를 '부사장'으로, '부행장·부행장보'로 나뉘었던 은행 직위 체계를 '부행장'으로 일원화했다. 또 '핀셋형'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임종룡 회장이 연초 취임과 함께 대대적 인사를 단행한 만큼, 슬림화 기조를 이어가면서 조직개편을 국소적으로 단행한 것이다. 

개편에 따라 인수합병(M&A)을 담당하는 사업포트폴리오부는 '전략부문'으로, 시너지사업부는 새로 재편된 '성장지원부문'으로, 미래혁신부는 '디지털혁신부문'으로 각각 재배치됐다.

이처럼 금융지주사가 부회장직을 일제히 폐지한 건 금융당국의 인식을 꽤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2일 '은행지주 이사회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부회장 제도를 마련해 운영하는 금융지주가 있는데, 과거 특정 회장이 셀프 연임하는 것보다 훨씬 진일보한 건 맞다는 점에서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그 제도가 내부에서 폐쇄적으로 운영돼 시대정신에 필요한 신임 발탁과 외부 경쟁자 물색을 차단한다는 부작용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슬림화와 더불어 금융권의 또다른 공통분모는 '상생금융'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당국 수장, 국민이 연중 '이자장사' 비판을 이어왔던 만큼, 상생금융 강화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 KB금융은 이번 조직개편에서 기존 ESG본부를 'ESG상생금융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ESG상생금융본부는 그룹 상생 금융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단순 사회공헌 활동 외 소상공인, 서민 등 취약계층을 포함한 모든 국민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금융·비금융 모델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KB국민은행도 ESG본부와 ESG기획부를 각각 'ESG상생본부', 'ESG상생금융부'로 재편했다.

신한은행은 기존 상생금융기획실과 사회공헌부를 통합해 '상생금융부'로 확대·개편했다. 상생금융부는 그룹의 상생금융 활동을 지원하고 실행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동시에 ESG 관련 프로젝트와 중장기 관점의 사회공헌 사업을 책임지게 된다.

하나금융도 상생금융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고, 자영업자·소상공인·금융취약계층 등을 돕기 위해 '상생금융지원 전담팀'을 신설했다. 은행엔 '상생금융센터'를 만들었다.

4대 지주의 임원 인사는 기존 계열사 CEO를 대거 유임해 '안정'에 방점을 둔 게 관전 포인트다. 내년에도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위기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우선 신한금융은 지난 19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와 임시 이사회에서 임기만료를 앞둔 자회사 사장단 후보를 추천했는데, 9명의 CEO 전원을 재선임 후보로 공표했다. 

이에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 정운진 신한캐피탈 사장,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사장, 박우혁 제주은행장, 이희수 신한저축은행장, 조경선 신한DS 사장, 정지호 신한펀드파트너스 사장, 김지욱 신한리츠운용 사장, 이동현 신한벤처투자 사장 등은 수장으로서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이례적 인사에 대해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성과와 역량을 검증 받은 자회사 CEO를 재신임함으로써 CEO가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중장기 관점에서 과감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한다"며 "위기 속에서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격언처럼 CEO 교체보다는 연임 의사결정을 통해 책임경영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임원 이동에서 부문장 1명만 교체하는 소폭 인사를 단행해 조직 안정화를 추구했다. 지주 임원은 대거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기존 미래사업추진부문을 '성장지원부문'으로 재편했다. 신임 성장지원부문장에는 승진명단에 이름을 올린 송윤홍 부사장이 자리하게 됐다. 김건호 미래사업추진부문장은 우리은행 자금시장그룹장으로 배정받았다.

반면 9년 만에 회장이 바뀐 KB금융은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올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8개 계열사 중 6개사가 세대교체를 하게 됐다. 

신임 대표이사는 △이홍구 KB증권 WM부문 △구본욱 KB손해보험 △김영성 KB자산운용 △빈중일 KB캐피탈 △성채현 KB부동산신탁 △서혜자 KB저축은행 등 6명이다. 김성현 KB증권 IB부문 대표이사,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이사,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는 연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