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개장식서 깜짝 발표…여론은 '환호', 실현 전망은 엇갈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올해 증시 개장식에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공언하면서 업계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필연적으로 ‘부자 감세’ 논란이 일겠지만 소위 ‘동학개미’들을 비롯해 여론이 폐지에 긍정적인 만큼 총선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반대 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올해 증시 개장식에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공언하면서 업계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3일 정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금투세 폐지’ 공언이 업계는 물론 여론에도 꽤 큰 파장을 만들고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지난 2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진행된 2024년 증시 개장식 현장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금융투자업계 종사자 160여명을 포함해 새롭게 취임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등이 자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최초로 증시 개장식에 참석해 좌중의 이목을 순식간에 집중시켰다. 대선후보 시절 증시 개장식에 참석한 적이 있지만 당선된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이후 축사 단상에 오른 윤 대통령은 “구태의연한 부자감세 논란을 넘어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인 상생을 위해 내년 도입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깜짝 선언했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얻은 수익이 5000만원을 넘을 경우 매기는 세금이다. 정치권 합의로 오는 2025년까지 도입이 미뤄진 상태인데, 윤 대통령이 폐지를 공언한 것이다. 합의 당시 여야는 상장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10억원 이상으로 유지하고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데 합의했었다. 증권거래세는 작년 0.23%에서 0.20%로 인하됐고 올해는 0.18%로 추가 인하된다.

또 윤 대통령은 금투세 폐지 이외에도 “이사회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액 주주의 이익을 책임 있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상법 개정도 추진할 것”이라 밝히는 한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국민의 자산 형성 지원 프로그램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첨언했다. 그러나 시장의 관심은 금투세 폐지로 모아졌다.

이후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에게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재확인했다. 김 차관은 "사전 협의를 한 내용"이라면서도 "협의 시기를 말씀드리기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단, 금투세와 연계된 증권거래세·양도소득세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는 점으로 추정할 때 협의가 그리 오랫동안 선행된 것은 아니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어떻든 일반 투자자들의 여론은 긍정적이다. 대형 주식 카페나 커뮤니티 등에서 환영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흔히 볼 수 있다. 단, 작년 연말까지 투자자들을 애태웠던 ‘대주주 기준금액 상향’과 비교했을 때 분위기가 사뭇 다른 것은 사실이다. 매 연말마다 실질적인 타격을 주고 있었던 대주주 기준 이슈와는 달리 금투세 문제는 2년의 유예기간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인 변화가 체감되진 않기 때문이다. 

금투세를 폐지하기 위해서는 소득세법 개정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국회 논의는 필연적이다. 단, 민주당이 이번 건에 적극적인 반대 의견을 피력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총선 정국을 맞이한 상황에서 자칫 개인투자자들을 적으로 돌리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투세 폐지가 당장 우리 증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고 전제하면서 “국회 통과 시점을 올해 중~하반기로 예상한다면 공매도 재개 등의 이슈와 겹치면서 또 한 번의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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