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자동차는 지난해 한국 수출을 이끌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올해는 한국 총선과 미국 대선 등 큰 변수가 자리하고 있고, 글로벌 경기도 여전히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지만, 지난해 버팀목 역할을 묵묵히 해낸 자동차가 올해도 한국 수출을 견인할 전망이다. 다만 대미(對美) 수출이 호조를 보인 반면 대중(對中) 수출이 저조했던 만큼 올해는 중국 수출이 얼마나 회복되느냐가 관건이다. 

올해 자동차업계는 지난해 주춤했던 전동화 전환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전기차 수요가 주춤하면서 자동차업체들은 전동화 속도 조절에 나선 바 있다. 업계는 올해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투트랙 전략을 고수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업체들이 고성능 전기차부터 가격 경쟁력을 갖춘 보급형 전기차까지 다양한 신차를 공격적으로 출시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한국은 지난해 99억7000만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하반기 들어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며 지난 2022년(477억 8000만 달러) 대비 적자 규모는 줄었지만 2년 연속 적자다. 

지난해 수출은 6326억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7.4% 감소해 2020년 이후 3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글로벌 고금리 기조와 중국의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주력인 반도체 등의 수출이 축소된 탓이다. 지난해 수입은 6426억7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2.1% 감소했다. 

수출 효자 품목인 자동차는 수출 호조세를 이어갔고, 일반기계와 선박 등도 수출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 자동차 수출은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같은 고부가 차량의 수출 판매 호조로 709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541억 달러)보다 30% 이상 늘었다.

지난해에는 자동차와 대미 수출 실적이 한국 수출의 큰 버팀목 역할을 했다. 지난해에는 전기차 등을 앞세운 대미 수출이 강한 활기를 띠면서 20여 년 만에 월간 대미(對美) 수출이 대중 수출을 앞지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대미 수출액은 113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대중 수출은 109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

전체 수출액의 30%가량을 차지하는 자동차가 대미 수출 호황을 이끌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전기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판매 호조로 작년 1∼11월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287억7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4.2% 급증했다.

지난해 미국으로 수출된 국산 자동차는 100만 대를 넘어섰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된 자동차 대수는 117만2612대다. 

국산차의 미국 수출 대수가 100만 대를 넘어선 것은 106만6164대를 기록한 2015년 이후 8년 만이다. 이는 1986년 한국 소형차 '엑셀'이 미국에 처음 진출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대미 수출 차량 가운데 친환경차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친환경차(전기차·수소전기차·하이브리드차)의 미국 수출대수는 13만4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59.5% 늘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165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2022년 대비 12.1% 증가한 165만2821대를 판매했다. 기존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인 2021년(148만9118대)보다 16만 대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11.5% 증가한 87만370대를 팔았고, 기아는 12.8% 상승한 78만2451대를 판매했다.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2022년 대비 22.6% 늘어난 6만9175대를 팔았다.

자동차업계는 올 한해 전동화 전환에 전력을 다할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전동화 전환 과도기를 맞아 전기차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업계는 전동화 속도 조절에 들어갔었다.

올해는 전동화 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기조 아래 전동화 전환에 박차를 가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기아 오토랜드 광명의 전기차 전용공장에서 신년회를 개최했다. 현대차그룹이 기아에서 신년회를 개최하는 것은 1999년 기아 인수 및 그룹 편입 이래 처음 있는 일인데 전동화 전환의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전환이 대세라는 판단 아래 기존 내연기관 공장을 전기차 혼류 공장으로 전환하거나 신규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을 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울산공장 내 전기차(EV) 신공장 부지에서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울산 EV 전용공장은 1996년 아산공장 이후 29년 만에 들어서는 현대차의 국내 신공장으로 54만8000㎡(약 16만6000평) 부지에 연간 20만 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진다.

약 2조 원을 투입해 2025년 완공 예정이며, 2026년 1분기부터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초대형 SUV 전기차 모델이 신설 공장에서 처음 생산될 예정이다.

기아는 현대차그룹의 최초 전기차 전용공장인 오토랜드 광명에서 새 전기차 EV3, EV4를 생산, 판매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1조 원을 투입한 광명 공장 규모는 약 3만평 부지로 연간 15만대 생산이 가능하다.

글로벌 투자도 적극 진행하고 있다. 2024년 하반기에는 연간 3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조지아주 전기차전용공장(HMGMA)이 완공된다. 현대차는 현재 전기차 증산을 위한 인도네시아 공장 설비 공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올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위주로 다양한 신차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고성능 전기차는 물론 가격을 낮춘 ‘반값 전기차’까지 다양한 신차들이 출시될 예정인 만큼 성장세가 주춤한 전기차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현대차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을 2026년 94만 대, 2030년 200만 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내놨다. 현대차는 경형 SUV 캐스퍼의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을 공개한다. 캐스퍼는 현대차가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 위탁 생산하는 방식으로 생산되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7도 선보인다. 아이오닉7은 현대차의 대표 플래그십 전기차로 오는 7월부터 아산공장에서 양산될 예정이다. 기아의 EV9과 같은 3열 전기 SUV 라인이다.

기아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을 2026년 100만5000대로 잡았다. 기아는 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하기 위해 보급형 전기차 출시에 집중한다. 상반기 EV3, 하반기에는 EV4를 출시할 예정이다. EV3는 4000만 원 대로 보조금 적용 시 3000만 원대에 구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EV4는 5000만 원대의 가격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기아는 EV3와 EV4 판매 가격을 4000만~7000만 원대로 책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KG모빌리티(KGM)는 올해 준중형 전기 SUV 코란도 이모션을 코란도EV로 변경하고 상품성을 개선해 출시할 계획이다. 토레스 기반의 전기 픽업트럭 'O100'(프로젝트명)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올해를 하이브리드 대중화의 해로 선언하고 새해 첫날 ‘XM3 E-TECH 하이브리드 for all’ 모델을 새롭게 선보였다. 하반기에는 '오로라(프로젝트명)'의 첫 결과물인 중형 하이브리드 SUV도 선보일 계획이다.

GM한국사업장은 올해 이쿼녹스 EV 출시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쿼녹스 EV는 GM 전기차 플랫폼 ‘얼티엄’을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실내 공간도 아이오닉5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캐딜락 브랜드 리릭도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