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신용카드 연체액이 2조원을 넘기는 등 연체액이 급격히 늘면서 카드사 건전성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와 경기 침체, 물가 상승 등이 이어지면서 신용카드 대금조차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차주들이 많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10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 등 국내 8개 전업카드사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신용카드 연체 총액(1개월 이상 연체)은 2조516억2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조3398억100만원) 대비 53.1% 급증한 수치다. 현재의 8개 카드사가 모두 설립된 2014년 이후로는 최대 규모다.

   
▲ 사진=연합뉴스


카드사별로 보면 신한카드의 연체액이 5377억788만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2% 줄었으나 최대를 기록했다. 이어 KB국민카드 3219억7200만원, 롯데카드 3056억2300만원으로 각각 6.2%와 19.8% 증가했다. 이밖에 삼성카드 2816억300만원, 우리카드 2219억2700만원, 하나카드 2063억2100만원, 현대카드 1281억300만원, BC카드 482억9400만원 순이었다.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보는 6개월 이상 장기 연체액은 2633억9300만원으로 전년 동기(1382억5900만원)보다 두 배 가까이 폭증했다. 1~3개월 연체액은 9825억4800만원으로 전년 동기(6944억3900만원) 대비 41.5% 증가했다. 3~6개월 연체액은 8056억8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071억300만원)보다 58.9% 늘었다.

‘돌려막기’도 많아지고 있다. 카드론을 연체한 사람이 다시 대출받아 기존 카드론을 상환하는 상품인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지난해 11월 기준 1조59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리볼빙 이월 잔액은 7조5115억원으로 한 달 전(7조4697억원)보다 0.56%(418억원)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리볼빙은 신용카드 사용대금 중 일부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이월해 갚는 방식의 서비스다. 당장 채무 부담은 줄지만, 금리가 높고 장기간 이용할 경우 신용점수가 낮아질 수 있다. 현재 리볼빙 금리는 최대 20%에 육박한다.

연체율도 1년 만에 1.5배 가까이 뛰며 심각한 상황이다. 8개 카드사들의 지난해 3분기 말 연체율은 평균 1.23%로 전년 동기 대비 0.50%포인트나 높아졌다. 카드사별 연체율은 하나카드 1.66%, 롯데카드 1.49%, 우리카드 1.36%, 신한카드 1.35%, KB국민카드 1.21%, 삼성카드 1.07%, BC카드 1.05%, 현대카드 0.62% 순이었다.

신용카드 사용자들의 채무상환 능력이 저하되면서 카드사 재무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연체율이 오르면서 카드사들은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도 늘게 됐다. 대손충당금이란 금융기관이 대출을 해줬을 때 발생할 손실을 평가한 금액이다. 향후 연체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비해 금액을 미리 일정 금액을 쌓아두는 개념이다. 다만 충당금의 특성상 비용으로 처리되는 만큼 규모가 클수록 당기순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부실채권 상각, 고위험 자산 감축, 보수적 한도 운영 등 건전성 관리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서 “대손충당금도 추가 적립하면서 4분기에도 수익성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