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9일 중요 군수공장들을 현지지도하면서 처음 “대한민국은 주적”이라고 직접 발언했다.
김정은이 지난 2021년 10월 국방발전전람회 연설에서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한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가 아니다”라고 했던 것에 비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김정은이 지난 연말 전원회의에서 남한을 ‘전쟁 중인 교전국’으로 못 박고, 유사시 핵무력 통일 준비를 지시한 이후 지속적으로 강경 발언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10일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무기전투 기술 기재 생산 실태를 료해(점검)하면서 “80년이란 장구한 세월 우리정권과 체제를 뒤집자고 피눈(혈안)이 되어 악질적인 대결사만을 추구해온 대한민국이라는 실체를 이제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제해야 할 역사적 시기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족속들은 우리의 주적”이라며 “우리와 대결자세를 고취하며 군사력 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적대국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제일로 중시해야 할 것은 첫째도, 둘째도 자위적 국방력과 핵전쟁억제력 강화”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조선반도에서 압도적 힘에 의한 대사변을 일방적으로 결행하지는 않겠지만 전쟁을 피할 생각 또한 전혀 없다. 기회가 온다면 주저없이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해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버릴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우리 국가를 상대로 감히 무력사용을 기도하려들거나, 우리의 주권과 안전을 위협하려든다면”이라는 말로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북한은 2020년 남한을 주적으로 간주했다가 다시 2021년과 2022년 주적에서 제외했다가 이번에 다시 주적으로 규정하는 등 급격하고 자의적인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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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8~9일 중요 군수공장들을 찾아 무기전투기술기재 생산 실태를 료해했다고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2024.1.10./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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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한을 주적으로 간주한 것은 처음은 아니다. 2020년 6월 19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에서 사흘전 단행했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 “동족이라고 선의의 손을 내밀었던 우리가 확고한 주적 관념을 갖고 북남 사이의 모든 접촉 공간을 완전 차단해버리지 않으면 안되게 만든 장본인은 남조선 당국자들”이라고 했다.
이후 2021년 10월 21일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우리의 억제력은 특정 국가나 세력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전쟁 그 자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과 남조선은 우리의 주적 대상에서 배제됐다”고 했다. 김여정도 2022년 4월 5일 담화에서 “우리는 이미 남조선이 우리의 주적이 아님을 명백히 밝혔다”고 했다.
김여정은 2022년 8월 담화에서 돌변해 “동족보다 동맹을 먼저 쳐다보는 남쪽의 혐오스러운 것들을 동족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 무서운 자멸행위는 없다”고 했다. 이후 김정은은 2023년 12월 당전원회의에서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버릴 것”이란 초강경 발언을 내놓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문제는 북한이 일정한 조건을 전제하고 있지만 급변적인데다 미국과 남한이 북한에 대해 ‘핵전쟁 흉계’를 꾸미고 있다고 보는 매우 자의적이고 비현실적인 상황 판단에 있다”고 지적했다.
정 센터장은 “최근 북한의 대남 노선 변화는 해방 직후 남북한 혁명세력이 통일전선을 형성해 통일정부는 구성하는 ‘혁명주의적 통일전략’을 추진하다가 1948년 분단된 한반도에 2개의 정권이 수립되자 무력으로 통일을 달성하려는 군사주의적 통일전략으로 바꾼 것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의 주적 발언이 조건부이긴 하지만 KN-24 전술핵미사일 발사대차량 공장에서 나온 것은 ‘대한민국 초토화’ 무기로 전술핵 사용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보여주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향후 주적화 행동은 다양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무인공격기나 수중 전략순항미사일과 핵어뢰 등 대응하기 어려운 위협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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