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 ‘북한인권백서 2023’ 발간…탈북민 심층면접·20~30대 응답자 많아
“개인의사 의존도 높아져 의료사고 위험…경제력 따라 의료서비스에서 큰 차별”
‘포전담당책임제’ 식량증산정책 실패로 ‘평양·권력’ 외 ‘자력으로 해결’ 현상 확산
비상방역법·반동사상문화배격법·평양문화어보호법 등 특별법 늘고 사형 처벌 명시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 사회주의 헌법 제56조와 의료법 제2장, 인민보건법 제2조에선 ‘완전하고 전반적인 무상치료제’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주민들은 수술을 받으려면 주사기, 마취제, 소독약품, 테이프, 수액 등 모든 재료를 자비로 준비해야 한다. 게다가 수고비 명복으로 의료진에 현금을 주거나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북한주민들은 경제력에 따라 의료서비스에서 큰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  

통일연구원이 10일 언론에 공개한 ‘북한인권백서 2023’에 따르면, 북한의 관련 법률에 명시된 무상치료제, 의사담당구역제, 예방의학제는 허울뿐이고, 성분과 계층에 따라 의료서비스 접근성에 큰 격차와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나용우 북한연구실장은 “군·시·도 병원에 노동당 간부나 간부 가족들이 사용하는 별도의 의료시설인 ‘진료과’가 있지만 일반주민들은 아예 그런 사실조차 모르기도 한다”며 “또 북한주민들 사이에서 비용이 더 들더라도 사적 의료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선 일명 ‘개인의사’로 불리는 사람에게 불법 진료를 받는 일이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고 한다. 개인의사 중엔 현직에 있는 실력 있는 의사도 있지만 의료대학에 다닌 경험만 있다든지, 아예 무자격자도 있어서 의료사고가 날 위험도 높다.

   
▲ 통일연구원이 10일 공개한 '북한인권백서 2023'./사진=통일연구원

하지만 북한의 공적 의료시설이 비위생적인데다 수술을 받으려면 난방비까지 개인이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서 개인의사에게 치료를 맡기는 현상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주민들이 ‘빙두’라고 부르는 필로폰을 감기나 축농증은 물론 뇌경색 등에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마약을 흔하게 살 수 있고, 심지어 아이들도 감기에 걸리면 ‘빙두’를 먹는 경우가 있으며 마약중독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나온다.

이와 함께 현재 북한에선 만성적인 식량부족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북한 당국이 시행해온 식량증산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으로 그 배경에 ‘당국이 제시한 과도하게 높은 생산 목표’와 ‘식량 분배 과정에서 만연한 착복 및 유용’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우태 국제전략연구실 연구위원은 “북한이 2012년부터 추가 생산분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포전담당책임제’를 도입했으나 생산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하게 높은 생산목표로 인해 실제 농장원에게 분배되는 것이 없다보니 분배 과정에서 생산량을 허위보고하고 착복하기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북한의 배급제가 잘 운영되는 대상은 권력기관 종사자로 한정된다. 이들은 본인 가족은 물론 친척에까지 나눠줄 정도로 넉넉하게 받고 있다. 하지만 의사, 교원, 연구원 등 사회지도층으로 볼 만한 사람들도 부실한 배급을 받고 있으며, 노동자들은 소속된 기업소 등 기관에서 자력으로 식량을 마련하는 현상이 확산됐다. 

이 연구위원은 “평양 출신의 북한이탈주민 가운데 ‘식량난이 뭔가요’라는 대답을 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평양과 권력기관 종사자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은 식량난을 겪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북한인권백서 2023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1.10./사진=통일연구원

아울러 북한에서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조치 위반자에 대해서까지 공개처형이 실시되는 등 북한주민의 생명권은 더 열악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규창 인권연구실장은 “북한의 현재 형법에서 모두 11개 죄목에 대해 사형을 명시하고 있다. 이 밖에 최근 북한은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비상방역법,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마약범죄방지법에서도 사형을 명시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실장은 “2023년 조사 결과 2019년 탈북한 북한이탈주민이 2021년 마지막으로 공개처형이 있었다는 증언도 있다”며 “탈북민들의 증언을 종합해볼 때 2010년 전후를 시작으로 공개처형이 감소하고는 있지만 처형 자체가 감소한 것인지, 비밀처형으로 전환된 것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북한인권백서는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심층면접으로 이뤄졌으며, 심층면접대상자의 인구학적 통계를 보면, 여성이 51명, 남성이 20명이다. 최종 탈북연도는 2018년 이전이 30명, 2019년 30명, 2023년 6명 순이다. 남한 입국일자는 2023년 32명, 2019년 20명 순이다. 연령대는 20~30대가 42명으로 가장 많고, 40대 17명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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