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년 배출권거래제 적용 대상기업에 감축 부담 집중…목표 달성 미담보
부문·연도별 감축 목표 바탕 배출허용총량 설정 시 거래제 비중 축소
"ETS 부문·연도별 배출허용총량 선형 축소해 거래제 감축 기여 확대"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2030 NDC 상향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1억톤가량 강화된 현 상황에서 제4차 계획기간부터 감축을 유도할 수 있도록 연도별·부문별 감축목표를 설정하는 등 배출허용총량 산정 방식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 제3차 할당계획시 적용한 배출허용총량 산출 과정./사진=플랜 1.5


기후환경단체 플랜 1.5는 최근 발표한 '배출권거래제 제4차 계획기간 개편방안' 보고서에서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들이 판매하는 잉여 배출권이 시장 수요 대비 초과 공급되고 있는데, 이는 배출권이 지나치게 느슨하게 할당돼 왔음을 의미하며 실질적 감축을 위해서는 그간 고수해 온 배출허용총량 결정 방식 자체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 배출권거래제(ETS) 적용 대상 기업들의 배출 한도(Cap)를 의미하는 배출허용총량은 각 이행연도의 부문·업종별 할당량을 정하는 기준이 되며, 제1차부터 제3차 계획기간까지 정부는 국가 감축목표를 그대로 반영해 배출허용총량을 정해 왔다.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로드맵의 이행연도별 '국가 감축 후 배출량'에서(1단계) '부문·업종별 감축 후 배출량'을 분리하고(2단계), 이전 계획기간의 ETS 적용 대상 비중(국가 배출량에서 ETS적용 대상의 부문·업종별 배출량이 차지하는 비율)을 적용해(3단계) '부문·업종별 할당량'을 산출해 왔다.

정부가 지난 2015년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산업 부문을 중심으로 할당대상업체에게 지속적으로 잉여 배출권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요 다배출 기업들은 무상으로 할당받은 배출권을 판매해 막대한 이득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플랜 1.5가 분석한 주요 다배출기업의 배출권 판매량 및 판매수익 추정치./사진=플랜 1.5


환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 제1차(2015~2017년), 제2차(2018~2020년) 계획기간 할당대상업체별 할당량과 배출량을 비교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포스코와 삼성디스플레이, 쌍용씨앤이 등 주요 다배출 기업들은 무상으로 할당받은 배출권을 판매해 이득을 얻었다. 

특히 제3차 계획기간(2021~2025년)에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화됐는데, 2021년부터 2022년까지 2년 동안 할당대상업체들의 잉여 배출권은 약 3922만 톤(t)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제1~2차 계획기간 동안 발생한 잉여 배출권 2620만 톤의 1.5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포스코의 경우, 제3차 계획기간 약 200만 톤의 잉여가 발생해 배출권거래제 도입 이후 현재까지 총 1649억원 규모의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제3차 계획기간 배출허용총량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동일하게 유지되고 2024~2025년에는 각 2224만 톤 축소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와 같은 추세가 유지된다면 제3차 계획기간에는 이전 계획기간보다 더 많은 잉여 배출권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구조적으로 배출권이 시장 수요 대비 초과 공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근본적인 원인으로 배출권이 지나치게 느슨하게 할당되고 있다는 점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2021년 NDC 상향 시 배출정점인 2018년으로부터 탄소중립 목표연도인 2050년까지 배출량이 선형감축한다는 전제에서 2030 NDC를 43만6600만 톤으로 설정했다.

   
▲ 탄소중립 기본계획과 2021년 NDC 상향안의 감축경로 비교./사진=플랜 1.5


정부는 지난해 4월 확정한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국가 기본계획'에서 감축정책의 본격 시행 이후 실질적 효과로 이어지기까지의 시차 발생을 고려해야 한다며 감축 부담을 최대한 뒤로 미루고 CCUS와 국제감축 등 불확실한 감축수단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다. 이로 인해 탄소중립 기본계획의 감축 경로는 뒤로 갈수록 가팔라지는 모습을 보여 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 같은 연도별 배출량 목표를 ETS 내에서 배출허용총량과 직접 연동시킬 경우, NDC 상향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감축을 유도하기 어렵고 2029년에 이르러서야 배출권거래제 적용 대상기업에게 감축 부담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게 되기에 결과적으로 국가 감축 목표 달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9월 제3차 계획기간 잔여기간의 배출허용총량을 축소 조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기존 감축 경로에 맞춰 예비분을 1200만 톤 차감하는 것에 그쳤기 때문에 실질적인 감축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는 비판이 따른다. 

NDC에서 정한 이행연도별 국가 감축 후 배출량에서 부문·업종별 감축 후 배출량을 분리해 배출허용총량 산정 기준으로 삼는 것은 현행 NDC 수립 과정에서 느슨하게 설정된 산업부문 감축 목표를 그대로 계승하게 된다는 게 문제다. 또한 현재 부문·연도별 감축 목표를 바탕으로 배출허용총량을 설정한다면 감축 수단으로서 배출권거래제가 전체 감축 목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축소될 수밖에 없으며, 이행연도 후반에 급격히 감축 부담이 발생하게 됨으로써 NDC 이행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배출허용총량 감축 시나리오./사진=플랜 1.5


보고서에서는 2030 NDC 달성을 좌우하게 될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부터는 그동안 고수해 온 배출허용총량 결정 방식 자체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NDC 달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ETS 부문 배출허용총량을 현행 산정방식에 따른 수준보다 축소하고 연도별 배출허용총량을 선형으로 축소해 나감으로써 배출권거래제 감축 기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4차 할당계획에서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의 배출허용총량을 결정하게 되므로 효과적인 감축 목표 강화를 위해 기존 산정방식이 아닌 배출허용총량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선형감축과 ETS 강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플랜 1.5 관계자는 "제4차 계획기간부터는 이행연도별 NDC를 배출허용총량으로 그대로 반영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가장 유효한 감축수단인 배출권거래제의 감축 기여를 높일 수 있도록 배출허용총량을 단계적으로 축소 조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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