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 재활용' 2050년 600조 시장 형성
업계 재활용 사업 진출…제도 정비 필요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전기차용 배터리 재사용 시장이 나날이 커지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시장 선점과 관련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폐배터리는 재사용이 어려워 전기차 시대의 난제로 꼽혔으나 재사용, 광물 추출 등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자원으로서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장기적인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 모듈검사를 기다리고 있는 폐배터리./사진=미디어펜DB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조사에 의하면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30년 70조 원, 2040년 230조 원, 2050년 6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폐차되는 전기차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세계 전기차 폐차 대수는 2025년 56만대에서 2040년 4227만대로 폭증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른 폐배터리 발생량은 44GWh(기가와트시)에서 3339GWh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폐배터리는 회수한 뒤 재활용이나 재사용이 가능하다. 우선 배터리 잔존량이 70%를 웃도는 것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셀로 재사용 할 수 있다.

재사용 할 수 없을만큼 낡은 폐배터리는 분해를 거쳐 광물 추출에 쓰인다.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양극재인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 등의 희귀금속을 추출해 새 배터리 원료로 쓰는 것이다.

미국의 첨단산업 공급망 재편 시대에도 안성맞춤이다. 중국산 배터리 광물 의존도를 줄이는 데 폐배터리 재활용이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현지에서 폐배터리 광물을 추출해 사용하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미국산’으로 분류돼 보조금 지급이 가능하다.

유럽연합(EU) 의회는 폐배터리에 있는 리튬과 코발트 등 광물을 의무적으로 회수하고 배터리 생산에 재활용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포함시키는 ‘지속 가능한 배터리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 국내 기업들, 시장 진입 중…글로벌 경쟁 기대

국내 기업들도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재빨리 나섰다. 

우선 SK계열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에코프로, 테스(TES)와 손잡고 헝가리에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2025년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유럽 배터리 관문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헝가리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SK온 분사 후 배터리 소재업과 제반 사업을 맡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 전문기업 성일하이텍과 금속 재활용 합작법인을 추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1위 코발트 생산업체 화유코발트와 배터리 리사이클 합작법인(JV)을 만들었다. LG화학은 고려아연 계열사 캠코와 전구체 합작법인(JV)을 설립하고, 총 2000억 원을 들여 폐배터리와 폐기물 등에서 추출한 리사이클 금속이 적용된 전구체 생산 설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중국 화유코발트, GS에너지와 합작 설립한 이차전지 재활용(리사이클링) 전문회사 포스코HY클린메탈의 공장을 준공했다.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도 전기차 배터리 원료인 코발트와 니켈 등 주요 유기금속을 추출하는 '폐배터리 순환 체계 구축'을 추진 중이다. 또한 전기차 폐배터리를 ESS용으로 재사용하는 방안도 진행 중이다.


◇ '자원이냐 폐기물이냐'…관련 법 정비 필요

기업들이 폐배터리 재활용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지만 제도적 뒷받침은 아직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폐배터리는 현재 폐기물 관리법, 자원순환법, 자동차 관리법 등 다부처 복합규제를 받고 있다. 

폐배터리가 폐기물과 자원의 속성을 모두 가지고 있어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가 일종의 관리 주체가 되기 위한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폐배터리 자체를 하나의 제품이라고 규정한다. 산업부는 폐배터리를 ‘전기차에서 분리해 재제조·재사용·재활용 대상이 되는 배터리’로 규정했다.

기업계도 같은 입장이다.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자동차업계와 배터리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24개 업체·기관이 참여하는 '배터리 얼라이언스'는 산업부에 폐배터리의 폐기물 제외를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환경부는 관리가 필요한 폐기물이라는 입장이다. 폐배터리는 산화코발트, 리튬, 망간 등을 1%이상 함유하고 있어 수질오염과 대기오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다만 유해성이 적고 경제성이 높은 전기차 폐배터리는 규제면제 대상으로 지정하기 위한 '순환자원 지정 등에 관한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업계 관계자는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관련 기업이 적극 뛰어들고 있다"면서 "새로운 '도시광산'으로서 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관련 제도 정비가 조속히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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