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명 연예스포츠팀장
[미디어펜=석명 연예스포츠팀장] 최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가운데 조규성 편을 흥미롭게 봤다. 축구 국가대표 주전 공격수이자 덴마크 프로축구리그 미트윌란 소속으로 뛰고 있는 조규성이 덴마크에서 '혼자 사는' 모습을 보여줬다.

덴마크 축구리그는 조규성이 지난해 미트윌란에 입단하기 전까지 국내 축구팬들에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혜성처럼 등장, 단번에 스타가 된 조규성이 선수로서 더 큰 꿈을 펼치기 위해 유럽 무대로 진출하면서 선택한 팀이 덴마크의 미트윌란이었다.

방송을 통해 보여준 조규성의 '덴마크살이'는 외롭지만 씩씩했고, 눈덮힌 추운 곳에서도 훈훈한 정이 느껴졌고, 치열한 승부의 세계가 펼쳐지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항상 당당해 보기 좋았다.

그런데 조규성은 이 방송이 나간 후, 정확하게 말해서는 현재 국가대표로 참가 중인 아시안컵에서 몇 경기를 뛴 후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64년만의 우승 한을 풀기 위해 이번 아시안컵 정상 도전에 나섰고, 주장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유럽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다수의 선수로 구성돼 역대 최고의 전력이라는 평가 속에 큰 기대를 받고 출전했다.

   
▲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 바레인전에 출전했던 조규성과 이강인, 황인범(왼쪽부터). 이 경기에서 황인범이 선제골을 넣고 이강인은 2골을 터뜨렸으나 최전방 공격수 조규성의 골은 없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SNS


조별리그가 끝난 현 시점에서 한국 대표팀은 실망스러운 결과를 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1차전에서 바레인을 상대로는 3-1로 무난한 승리를 거뒀지만, 2차전 요르단전에서 고전하며 2-2로 비기더니, 조 최약체인 말레이시아와 3차전에서도 믿기 힘든 부진 끝에 3-3으로 비겼다. 조 1위를 놓치고 2위로 16강에 오른 한국대표팀은 현재와 같은 경기력이라면 8강 진출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금으로서는 대표팀이 분위기를 잘 수습하고 선수들이 컨디션을 끌어올려 사우디아라비아와 만나는 16강전부터 다시 힘을 내 목표로 한 우승까지 내달리기를 바랄 뿐이다.

한국의 조별리그 부진에 소위 '욕받이'가 된 몇몇 선수들이 있다. 기대만큼 활약을 못했거나 승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수를 한 선수들이 그 대상이다. 그 중 대표적인 선수가 조규성이다.

핵심 스트라이커인 조규성은 1~3차전 모두 선발로 출전했지만 3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다. 몇 차례 좋은 득점 기회에서 마무리가 안돼 골을 놓치는 장면이 아쉬움을 샀다. 

그러자 일부 축구팬들이 조규성의 개인 SNS를 찾아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다. 골을 넣는 것이 주임무인 최전방 공격수로서 제 몫을 못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합리적인 비판은 좋은 자극제가 돼 분발을 촉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선을 넘는 것은 문제다. 인격적인 모독 등 인신 공격에 해당하거나, 저주성 발언, 외모 비하 등은 삼가야 한다. 그 중 '예능 나올 시간에 축구나 해라', '국가대표 그만두고 연예대상 신인상이나 노려라' 같은 댓글도 있다. 조규성이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것을 두고 하는 비판일 것이다.

   
▲ 조규성이 출연했던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사진=MBC '나 혼자 산다' 방송 캡처


국가대표 수비수 설영우(현대HD)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 한국이 말레이시아에 3골이나 내주고 비긴 후 설영우의 개인 SNS에도 비난 댓글이 많이 올라왔고, '전참시 고정 가는 거죠' 같은 댓글도 있었다. 설영우가 얼마 전 역시 MBC 예능 프로그램인 '전지척 참견 시점'에 출연한 것을 빗대 비난한 것이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스포츠 스타가 출연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예전에도 프로 스포츠 스타라든지 올림픽 등에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이 예능에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다만 예전 예능 프로그램들은 토크 위주거나 정해진 포메이션에 맞춰 흥미거리를 찾는 식이었고, 요즘은 리얼리티를 표방한 관찰 예능이 대세다. 즉, 예전에 비해서는 덜 작위적이며, 경기를 통해 보여주던 것과는 다른 보다 인간적인 면모를 엿보게 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모 드라마 대사를 패러디해 보자면 '예능에 출연한게 죄는 아니잖아요'다. 소통이 중요시 되는 시대에 스포츠 스타의 예능 출연을 못마땅한 시선으로 보는 것 자체는 시대착오적이다.

어쨌든 상식적인 선을 넘은 과도한 비난은 선수들의 마음에 상처를 안기고, 사기를 떨어트려 경기력에 오히려 지장이 될 수 있다. 말레이시아전 후 주장 손흥민이 작심하고 "선을 넘는 반응들을 하시는데, 지켜보면 안타까운 것 같다. 모든 선수들에게는 가족과 동료들이 있다. 그런 이야기(욕설이나 과한 비난)를 듣는다는 것 자체가 마음이 아프다"며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선수들을 아껴주셨으면 좋겠다"는 호소를 하기도 했다. 

선수들의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다)'을 손흥민이 대변한 것처럼 들렸다.

지금은 한창 대회가 진행 중이고, 비난보다는 응원이 더 필요할 때다. 대회에 출전 중인 선수를 향해 '실력 안되면 대표 그만두라'거나, '아예 은퇴를 해라'고 말하는 것은 아무런 대안도 없는, 비난을 위한 비난일 뿐이다.

조규성을 비롯해 몇몇 집중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선수들이 앞으로 경기에서 기대에 부응하는 멋진 플레이를 펼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렇게 되면 선 넘은 비난을 퍼부었던 사람들은 잠시라도 반성을 할까, 아니면 '거 봐라, 질책하니까 정신 차리고 잘 하잖아'라고 할까.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