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누적 투자액이 500억원 규모(4000만 달러 상당으로 추정)에 달하는 벤처기업이 핵심연구역량 및 자본상 '빈 껍데기'로 전락해 버렸고, 그 속사정과 책임 규명을 놓고 대대적인 소송전이 일어나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바로 백신을 비롯해 여러 의약품을 개발하여 상용화에 힘써 온 ㈜파로스백신 이야기다.
㈜파로스백신은 백신 및 면역치료 등 새로운 구조 단백질을 설계하는 단백질 공학과 상용화를 위해, 배양-정제 등 공정 개발에서 오랜 경험과 탁월한 기술력으로 동물용백신과 조제시약 등 연구개발 제조를 진행해 왔다.
지난 2011년 4월 8일 설립된 기업으로, 국가 R&D 과제인 '면역억제인자-저항성 CAR T 세포치료제 최적화에 관한 연구' 및 '해외 주요 혈청형 바이러스 유입에 대응한 구제역백신 생산 기술 개발'을 수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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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검찰청 앞에 놓인 검찰 깃발. /사진=미디어펜 |
본보가 ㈜파로스백신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최근 제보를 받아서다. 파로스백신이 지난 16일 서울동부지검에 횡령 및 재산국외도피 혐의 등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명목으로 '정모 씨'를 고소한 것이다.
파로스백신이 고소장에서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횡령 및 재산국외도피 혐의 규모는 약 51억원에 달한다. 파로스백신은 이번 고소장에 명시된 금액에 더해 (정모 씨에게) 추가로 35억원의 횡령 및 배임 혐의가 있다고 보고, 이를 추가로 고소하겠다고 고소장에 예고한 상태다.
고소장에 따르면 피고소인 '정모 씨'는 파로스백신에 대해 경영 지배주주 지위를 유지하면서 이를 이용하여 파로스백신 자금을 횡령하여 재산을 국외로 빼돌렸고, 파로스백신이 정모 씨의 이러한 범죄 혐의들을 발견한 후 해결을 요구하자 수사를 피하기 위해 해외 도피를 하고 있다는 것이 파로스백신 측의 주장 요지다.
특히 파로스백신은 고소장에서 첫번째 혐의로, 정모 씨가 지배하는 페이퍼컴퍼니 'Sinovita Holdings Limited'(이하 시노비타: 아프리카 조세피난처인 세이쉘에 설립)를 이용하여 240만 달러(2022년 2월 3일 USD 기준) 규모의 횡령-재산국외도피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로스백신은 고소장에서 "정모 씨가 직접 시노비타를 투자유치 컨설팅 업무를 빙자하여 수수료 10%를 책정하고 이행하도록 파로스백신에게 지시한 것은 정모 씨가 시노비타를 지배하고 있고 애초부터 해당 수수료 명목의 금원을 해외로 빼돌리기 위한 것임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또한 파로스백신은 고소장에서 정모 씨의 두번째 혐의로 "특수 관계자 및 업무 무관자 등에게 가공급여, 퇴직금 명목의 금원 및 자문료, 전환사채 컨설팅 수수료를 고소인 자금으로 지급하게 하는 방법으로 합계 18억 6011만 원을 횡령하였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파로스백신은 정모 씨의 또다른 혐의로 "파로스백신 업무와 무관한 북경 대표처를 설립한다는 명목으로 파로스백신 자금 5억 2526만 원을 횡령, 재산국외도피를 했다"며 "업무를 수행할 직원이 없어 능력도 되지 않고 업무시설도 없는 상황에서 의약품 위수탁 개발생산 사업을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2020년 10월 '파로스백신 북경대표처'라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법인 운영비 명목으로 총 5회에 걸쳐 외화를 송금하는 방법으로 범행하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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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로스백신 사무동 전경. /사진=파로스백신 홈페이지 제공 |
파로스백신은 고소장에서 정모 씨 혐의들에 대한 증거로 파로스백신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 시노비타 컨설팅 계약서, 시노비타 관련 이메일, 240만 달러 송금 내역, 관계자 2명의 급여-퇴직금 지급 내역, 자문료 및 컨설팅 수수료 지급 내역, 북경대표처 송금 내역을 제시하고 나섰다.
파로스백신은 고소장 말미에 "신속한 수사를 통해 확인하여 추가 횡령 및 증거인멸을 방지해 달라"며 "(정모 씨가) 귀국하지 않을 경우 기소중지, 여권 정지, 인터폴 수배 등을 요청드린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모 씨는) 2024년 3월 정기주총에서 파로스백신의 이사들을 해임하고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하여 회사 내에 있는 약 1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해외로 빼돌리고, 피고소인(정모 씨)이 저지른 범죄 증거들을 인멸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파로스백신은 고소장에서 검찰에게 "수사당국의 신속한 조치를 통해 무고한 파로스백신과 파로스백신 수백명의 주주를 보호해 주기 바란다"고 거듭 요청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본보는 고소를 당한 피고소인 당사자 정모 씨에게 연락을 취해 해당 사안에 대해 입장을 물어보았다.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정모 씨는 본보가 연락을 취한지 만 하루 만에 자신의 입장에 대해 직접 밝혔는데, 그 내용은 파로스백신의 고소장과 정반대였다.
파로스백신이 자신을 각종 혐의로 고소했다는 내용은 사실 관계를 왜곡했거나 아예 근거가 없다는 '반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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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로스백신 연구소 내부 전경. /사진=파로스백신 홈페이지 제공 |
정모 씨는 본보에 보낸 메일 답변을 통해 현재의 파로스백신 경영자측에 대해 "4000만 달러에 달하는 외자가 투자된 바이오 기업을 주주 몰래 영업을 전면 폐쇄하고, 모든 자산을 매각하는 등 도저히 믿기 어려운 황당한 일을 저지르고, 그 돈으로 주식투자를 하고 최근 거액을 배임 횡령하는 등 심각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모 씨는 "이런 상황을 포착한 제가 투자자 및 주주들과 함께 회계장부열람등사를 청구하자 이를 중단시키는 압박수단으로 검찰고소, 언론제보를 악용하고 있다"며 "해외도피니 재산해외도피니 하는 주장은 황당한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또한 "고소된 내용들은 추후 검찰수사를 통하여 진실이 금방 밝혀질 것이고, (파로스백신 경영자측은) 무고의 책임을 질 것"이라며 "제가 주주의 권리를 행사하기 시작하자 자신들의 불법행위를 숨기기 위해 허위의 내용으로 저를 검찰에 고소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제가 굴하지 않고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 등 주주권리행사절차를 진행하자, 허위의 고소내용을 언론제보 형식으로 흘리게 해서 저에게 압박을 가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제가 주주권리행사를 포기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 이 사건의 진실은, 사건을 맡은 서울동부지검의 구체적인 수사 결과가 나와야 한꺼풀 벗겨질 것으로 보인다.
잘 나갔던 바이오 벤처기업 파로스백신이 정상화될지는 철저한 검찰 수사와 사법적 판단으로만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