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으나 보험업 종사자 가중처벌이라는 핵심 내용이 빠지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기의 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은 최근 보험사기 적발 금액과 인원이 증가하고 조직적·지능적 보험사기가 빈발해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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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병원 입원실./사진=연합뉴스 |
개정안은 보험사기 알선·유인·권유·광고를 금지하고, 위반 시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인터넷 커뮤니티,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이른바 ‘고수익 알바’ 광고를 게시하고 보험사기 공모자를 모집하는 행위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보험사기로 보험금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보험금을 취득하게 하는 범죄 행위에 대해서만 처벌할 수 있었다.
다만 핵심 조항 중 하나로 꼽히던 ‘보험산업 관계자 가중처벌’은 삭제됐다. 애초 개정안에는 보험사 임직원뿐 아니라 보험설계사, 손해사정사, 의료기관종사자, 자동차정비업소 등 보험업 관계자가 보험사기에 가담하면 가중처벌하고 명단을 공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지난 8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종사자 가중처벌이 다른 범죄 처벌과 법 체계 균형이 맞지 않는다며 보험업계 종사자가 보험사기를 쳤다고 단순 사기죄보다 훨씬 더 무거운 형사처벌을 내린다는게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법무부와 법원행정처도 해당 조항에 대해 과잉 입법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행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제11조에도 보험사기 이득액에 따른 가중처벌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숙원이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기존 법안에 담긴 종사자 가중처벌 내용이 빠졌다는 점에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 조항은 보험업계 종사자의 보험사기에 가담해 사기를 지능화·조직화하는 것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할 장치로 꼽혔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발표한 ‘직업별 보험사기 적발 현황’에 따르면 모집종사자(보험업)분야에서 적발된 보험사기 인원은 2022년 1598명으로 전년(1178명) 대비 35.7% 증가했다. 전체 적발인원 증가세(5.2%)보다 7배 가량 높은 수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간 온오프라인에서 공모자를 물색해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개정안 통과로 이 같은 사례가 줄어들면서 보험금 누수를 막아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전가 피해가 일부 해소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다만 일반인에 비해 보험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추고 있는 보험업 종사자가 악용할 위험이 남아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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