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미미 기자] 최근 쿠팡과 SPC 등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연달아 ‘과징금 취소’ 판결을 받았지만, 개운치 않은 여운이 남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몇 년에 걸친 막대한 소송비용과 시간보다도 소비자에게 훼손된 기업이미지가 더 큰 타격으로 환산되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기업을 손본다며 무리한 제재를 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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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안전사고 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
2일 관련 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증여세를 회피하고자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팔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이날 열린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SPC 대표이사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2012년 12월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취득가나 직전 연도 평가액보다 현저히 낮은 주당 255원에 삼립에 양도해 결과적으로 SPC삼립에 이익을 안겨줬다고 봤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칙적 방법에 따라 양도주식 가액을 정한 행위가 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들에게 배임의 고의가 인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날 선고 후 허영인 SPC 그룹 회장은 “오해와 억울함을 풀어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며 “SPC그룹은 국내는 물론 해외 글로벌 사업을 통해서도 대한민국 대표 식품기업으로서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바른 경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허 회장 배임 재판에 앞선 지난 달 31일 SPC는 같은 내용의 행정소송에서도 사실상 승소했다. 서울고법 행정6-2부(부장 위광하·홍성욱·황의동)는 SPC삼립 등 SPC 그룹 계열사 5곳이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공정위는 SPC가 그룹 내 부당 지원을 통해 삼립에 총 414억 원의 이익을 몰아줬다는 조사 결과를 2020년 발표했다. 파리크라상 등 계열사들이 SPC그룹 유일한 상장사 삼립을 지원한 행위는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2세 승계를 의도라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이에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를 부당지원한 혐의로 SPC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647억 원을 부과하고, 허 회장과 황재복 대표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무려 4년간 이어진 SPC와의 행정소송에서 진 공정위는 쿠팡과의 공방에서도 패소했다. ‘과징금 취소’ 판결이 연달아 나오면서 공정위는 체면을 구기게 됐다.
지난 1일 서울고법 행정7부(김대웅 부장판사)는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쿠팡이 정상적 거래 관행을 벗어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공정위 전체 과징금 중 인정되는 부분은 1.7%(5000여만 원)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시정명령을 전부 취소하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LG생활건강 등 101개 납품업자에게 ‘경쟁 온라인몰에서의 판매 가격을 올리라’고 요구한 건 부당하다며 2021년 과징금 32억9000여만 원을 부과했다.
쿠팡은 선고 후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번 판단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유통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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