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고금리 장기화와 충당금 추가 적립 등의 영향으로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 대부분이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며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5일 KB·하나·우리금융지주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 계열사들이 일제히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손실 규모가 가장 큰 곳은 KB저축은행이었다. 2022년 218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던 KB저축은행은 지난해 순손실 906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
|
|
▲ 사진=미디어펜 |
같은 기간 우리금융저축은행은 106억원 순이익에서 491억원 순손실, 하나저축은행은 233억원 순이익에서 132억원 순손실로 적자전환했다.
IBK기업은행의 계열사인 IBK저축은행도 전년 192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249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신한저축은행은 29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유일하게 적자를 면했지만 전년보다 22% 감소했다.
이처럼 저축은행들의 실적이 역성장한 것은 금리 인상에 따라 조달비용이 증가하며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저축은행들은 2022년 말 은행권 예금금리 인상에 대한 대응으로 최대 연 6%대 고금리 특판상품을 판매하면서 지난해 말 들어 이자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2.1배나 늘었다.
채권과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은 예금으로만 수신고를 채우기 때문에 시중은행보다 1.0%포인트 정도 높은 금리를 제공해 수신을 유치한다.
이에 대출금리가 법정최고금리 20%에 묶인 저축은행은 예대금리차가 축소됐고 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예대금리차는 2022년 하반기 6.0%포인트에서 지난해 상반기 4.7%포인트로 하락했다가 3분기 들어 4.9%로 소폭 상승했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비롯한 부실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하면서 대손충당금이 증가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돌입하는 등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가시화되면서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업계에 선제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쌓을 것을 주문했다. 지난해 실적 기준으로 본 PF로 전환되지 않는 브리지론 등 사업성이 없는 PF 사업장은 예상 손실을 100%로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하라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말부터 부동산 PF 대출에 대해 충당금 적립이 적절한지 확인하기 위한 현장검사에 나설 예정이다.
대출영업도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자비용 증가와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이 악화하면서 위험관리비용, 대손비용 등을 줄여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건전성 악화로 대출영업을 축소하면서 수익성은 쪼그라들게 됐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PF와 더불어 고금리 장기화 영향으로 개인 차주의 연체율도 오르면서 충당금 적립 부담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고금리에 유치했던 예금상품은 지난해 하반기 만기가 끝난데다 금리인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올해는 이자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