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회장 조카 박철완 전 상무, '조카의 난' 재시도
'불황' 비상 경영 해야할 판국에 때 아닌 경영권 도전
[미디어펜=조성준 기자]금호석유화학이 악화된 업황에 경영권 방어라는 이중고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업계 내 관심이 쏠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화는 최근 박철완 전 상무가 자신의 주주로서의 권리를 차파트너스자산운용에 위임하기로 하면서 올해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박철완 전 상무는 금호석화의 지분 9.1%를 가진 개인 최대주주로,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아들이자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의 조카다.

   
▲ 금호석유화학 본사./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박 전 상무는 이와 관련해 "금호석화 전체 주식의 18%에 달하는 대규모 미소각 자사주와, 이러한 자사주가 소액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며 부당하게 활용될 가능성, 또한 독립성이 결여돼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사회 구성으로 인해 저평가되어 있다는 문제점을 인식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박 전 상무가 조만간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 등을 통해 박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상무 측 지분은 박 회장 측에서도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박 전 상무 측은 특별관계인으로 추가한 사모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이달 초 금호석화 지분 0.03%를 취득했다. 

또한 박 전 상무의 가족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10.88%이 돼 15.7%의 지분을 가진 박 회장 측을 압박하고 있다. 박 전 상무 측은 박 회장 측이 자사주로 보유한 18.4%의 지분을 전량 소각하라고 요구하면서 경영권을 흔든다는 전략이다.

표면적으로는 자사주를 소각해 일반 주주들의 권리를 높여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속내는 박 회장 측이 자사주를 이용해 경영권을 방어하는 루트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박 전 상무는 수 년 전부터 금호석화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삼촌인 박 회장을 상대로 '조카의 난'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21년과 2022년 직접 주주제안을 통해 자신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제안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주주제안을 하지 않고 준비기간을 거쳐 행동주의사모펀드인 차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다시 경영권 분쟁을 재개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석유화학 업계가 글로벌 불황에 빠진 상황에서 비상 경영을 해도 모자를 판국에 경영권 다툼이 재현되자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대외적으로는 개인 주주들의 가치를 내세우면서 정작 불황에 허우적대는 회사를 흔들어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박찬구 회장 특유의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경영 방침과 투명 경영 강화에도 긍정적인 시선이 대다수다. 박 회장 주도로 사회공헌 활동, 지속가능경영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 한 층 강화됐으며, 친환경 고부가가치 소재·전기차 소재·바이오 등 신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금호리조트 인수 후 전면 리뉴얼을 통해 수익을 내는 효자로 변화시킨 것도 박 회장 작품이다.

반면 업황은 좋지 못하다. 금호석화는 여느 석화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보릿고개를 보내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 사업 비중이 높은 금호석화는 지난해 매출이 20.7% 줄고 영업이익은 68.7%나 급감했다. 이에 신규 투자를 줄이고 버티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차입금 총액이 8363억 원으로 2021년 3분기와 비교해 20.2%나 줄었다. 차입금 의존도 또한 10.5%로 2년 간 내림세다. 

박 전 상무 측이 자신이 몸담았던 회사의 미래를 고려하지 않고 경영권 다툼에만 골몰하는 데 대한 비판이 커지는 이유다.

한편, 국민연금의 입장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박 회장 측과 박 전 상무 측의 지분 격차가 약 4.9%에 불과해 9.27%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사실상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앞선 과거 두 차례 분쟁에서 국민연금은 모두 박 회장을 지지한 바 있다. 따라서 박 회장 등 금호석화 경영진은 불황 속에서도 안정적인 회사 운영과 투명 경영을 통해 주주 신뢰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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