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조선업계가 중국과의 선박 수주 경쟁에서 1위 자리를 내준 가운데, 차별화를 통한 수익성 위주 정책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국과의 저가 경쟁은 피하면서 기술력으로 중국과의 격차를 벌린다는 전략이다.
20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 글로벌 선박 수주량은 257만 CGT(표준선 환산톤수)로 집계됐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136만 CGT를 수주해 점유율 53%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한국이 97만 CGT를 수주해 3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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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사진=HD현대중공업 제공 |
수주잔량도 중국이 1위를 차지했다. 1월 말 기준 중국의 수주잔량은 6217만 CGT로 1위를 기록했고, 한국은 3869만 CGT로 뒤를 이었다.
중국의 선박 수주가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유로는 저가 수주가 꼽힌다. 중국은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은 선박에 대해 가격을 낮춰 수주하는 방식으로 수주잔량을 늘려가고 있다. 결국 국내 조선업체들도 탱커와 같은 선박 시장에서는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린 실정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때 잘나가던 일본 조선사도 중국과의 저가 경쟁에서 밀리면서 선박을 신규로 수주하지 않기로 했다”며 “중국과의 저가 경쟁에서는 한국 조선사들도 이겨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중국과의 직접적인 경쟁보다는 차별화된 수주 전략을 통해 안정적인 수주를 확보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먼저 중국과의 저가 수주 경쟁은 피하기로 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이미 3년치 일감을 확보해놓은 상태다. 굳이 가격을 낮추면서 수주 경쟁을 펼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는 수주는 과감하게 포기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에 수주 목표를 채우기 위해 관행처럼 진행해왔던 저가 수주를 지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올해부터 수주 목표치를 발표하지 않고 내부적으로만 활용하기로 해다. 수주 목표를 채우기 위한 저가 수주를 피하겠다는 의지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저가 수주를 하는 것보다 차라리 독(선박 건조 시설)을 비워놓는 게 낫다”며 “수주 목표를 억지로 채우기보다 여유 있게 건조 일정을 가지고 가면 수익성이 확보되는 긴급 수주 물량도 따낼 수 있어 회사에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또 선제적 기술력 확보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린다는 계획이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기술력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분야는 친환경 선박이 꼽힌다. 친환경 선박 중에서도 중국의 기술력이 따라오지 못하는 암모니아 운반선을 중심으로 수주 실적도 쌓아가고 있다.
실제로 국내 조선사들은 올해 발주된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17척을 모두 계약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암모니아 운반선 13척,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도 각각 2척씩 수주했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하는 엔진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2025년까지 암모니아 추진선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액화수소 운반선, 수소 추진선으로 영역을 넓혀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더 벌릴 방침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암모니아 운반선 분야에서는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을 예상되는 친환경 선박에서 기술력을 꾸준히 확보한다면 중국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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