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성 없이 자율 권고 맡길 경우 효과 미미…실망 매물 쏟아질수도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준비해 온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공개됐다. 상장사 스스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관계당국은 이를 유도하기 위해 각종 제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게 골자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와 코스닥 전체 상장사에 적용된다. 업계에서는 단순 권고에 그쳐서는 기대만큼의 효과를 얻어내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한다.

   
▲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준비해 온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공개됐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6일 금융위원회는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함께 여의도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1차 세미나’를 열고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해 금융투자업계, 상장기업, 학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날 발표 내용에 따르면 정부는 상장사가 자사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방안을 마련해 스스로 이행하도록 이끈다. 

기업가치 제고는 현황진단→목표설정→계획수립→이행평가·소통 4단계로 이뤄진다. 

현황진단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자본비용, 자본수익성, 지배구조 등을 다각적으로 파악해 기업가치가 적정한 수준인지를 스스로 평가하는 단계다. 

이어 목표 설정은 현황진단에 기반해 자본효율성 등을 개선하기 위한 중장기(3년 이상) 목표수준·도달시점 등을 설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계획 수립 단계에서는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 경영전략·방안 및 추진일정을 수립하고 목표-계획 간 연계성을 설명한다. 

이행평가·소통 단계에서는 계획 이행, 목표 달성 여부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주주·외부투자자와의 소통 및 피드백 결과를 함께 공개한다. 

정부는 상장사들이 기업 가체 제고 계획을 최소 연 1회 회사 홈페이지 및 거래소를 통해 공시하도록 할 예정이다. 업종 상황이나 경제적 여건 등에 따라 계획이 변경될 경우 연중에도 수시로 추가 공시할 수 있다.

사실상 주요 코스피 상장사에 대해선 주가 개선 방안 공시 의무화라는 게 업계 평가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하는 경우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여부 및 투자자 소통 노력을 추가로 기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 자산 5000억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고, 오는 2026년엔 코스피 상장사 전체에 의무화된다.

정부는 오는 5월 2차세미나를 거쳐 6월 중 공시 가이드라인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증권가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일정부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도 단순 권고에 그치기 보다는 강제성을 띄었을 때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사례처럼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달성을 위한 방안을 강하게 추진할 수 있다면 시장에서 밸류업 기대로 주가가 오른 업종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기업 자율에 맡기는 권고 형태에 그쳐서는 차익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밸류업 프로그램 논의 이후 최근 한 달간 외국인들이 대규모 국내 증시에 진입했음을 고려하면 다른 행보를 보일 수도 있다는 게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한편, 코스피 지수는 이날 전장보다 10.35포인트(0.39%) 내린 2657.35로 개장한 뒤 밸류업 실망매물이 쏟아지며 소폭 뒷걸음질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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