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전기차 배터리를 충전 대신 교체하는 방식이 우리나라에서도 본격 추진된다.
완속 충전 시 최대 10시간 가량 걸리는 단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어 기대를 모으는 반면 여러가지 제약이 많아 성공 가능성에 의구심도 뒤따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는 배터리 탈부착 행위를 등록된 정비사업자만 할 수 있는 현행법에 '특례'를 부여하기로 했다. 지난 16일 국토부는 전기차 배터리 교환형 차량, 자율주행 화물운송, 택시 임시운전자격 등 8건을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사업으로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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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충전 모습./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규제샌드박스는 신기술로 개발된 제품·서비스가 현행법상 출시가 불가능한 경우 일정 조건 하에 규제를 한시적으로 면제·유예해주는 제도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배터리 교환형 전기차 제작 사업이 규제샌드박스 사업에 선정됐다. 이번 심의로 현대차는 자동차안전연구원 등 전문기관의 안전성 확인을 받을 경우 배터리 탈부착형 차량을 시험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시범 대상은 우선 택시 등 운송 차량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에 충전 스테이션을 활용한 전기차 배터리 교체 서비스 사업 계획을 구체화해 규제특례를 추가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배터리 교체 방식은 기존 충전 방식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온 아이디어다.
충전 방식은 완속 최대 10시간, 급속 1시간 가량의 충전 시간이 소요된다. 급속 충전은 자주 사용하면 배터리 성능을 저하시켜 완속 충전이 권장된다.
반면 교체 방식은 교체소에 방문해 약 5분 정도면 완충 배터리로 갈아끼울 수 있어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약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교체 방식이 이미 보급됐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배터리 스와핑을 녹색산업으로 지정해 육성해왔으며, 오는 2025년 해당 시장은 1000억 위안(약 18조5000억 원) 규모에 교환소는 3만 개 이상 보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최대 배터리 업체 CATL도 이 방식을 향후 전기차 생태계의 주축으로 삼고 관련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의 탈부착 배터리 개발 의지에 맞물려 정부도 제도적 지원을 약속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생태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배터리 탈부착 방식은 자동차 생산 시점부터 교환소 인프라까지 새로 구축해야 해 그 성공 가능성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탈부착이 용이한 배터리 타입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내장형 배터리보다 크기가 작은 타입을 새로 디자인해야 한다. 배터리 크기가 작아지면 용량이 줄어 주행거리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주행거리가 줄어들면 전국에 교체소를 촘촘하게 배치해야 한다. 아직 배터리 충전소 보급도 충분히 되지 않아 인프라 구축이 큰 숙제가 되는 셈이다.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도 걸림돌이다. 배터리 가격이 포함된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사실상 배터리를 공유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이유로 업계와 정부도 승용 전기차보다는 택시, 운송 트럭 등에서 그 가능성을 보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교체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면 주행 효율성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며 "전용 차량 개발, 교체소 구축 등 여러가지 풀어야 할 문제가 많아 향후 관련 생태계 전개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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