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은행권이 오는 4월 10일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치권이 은행의 비용부담을 전제로 한 선심성 금융지원 공약들을 쏟아내면서다.
은행권은 이미 소상공인의 고금리 부담 완화를 위해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실행하고 있는데 여야 모두 과도한 ‘은행의 팔 비틀기’ 공약들을 남발하면서 은행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팽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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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재욱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제413회 국회(임시회) 개회식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고금리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부와 협력해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위해 총 76조원을 투입하는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방안을, 더불어민주당은 영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고금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저금리 대환대출 예산 확대를 골자로 한 공약을 발표했다.
여당의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방안에 따르면 중소·중견기업의 고금리 부담을 덜고 정상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19조4000억원을 지원하고, 이들의 신산업 전환을 위해 56조3000억원을 공급한다.
구체적으로 은행 공동으로 5조원 규모의 ‘중시기업 전용 금리인하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5% 이상 고금리 대출 금리를 1년간 2%포인트 인하한다. 일시적으로 유동성 부족을 겪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3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프로그램과 고금리 부담 완화를 위해 11조 4000억원 공급할 계획이다.
민주당도 고금리로 고통받는 영세 소상공인의 부담 완화를 위해 소상공인 대상 정책자금을 2배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용빈 원내부대표는 지난 7일 △코로나19 시기 대출이자 전면 탕감 △코로나19 시기 대출금 만기연장 △연 2% 이내 고정금리 대출시행 등을 ‘3대 긴급민생과제’로 선정하고 총선 공약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야가 내건 총선 공약은 모두 은행의 비용부담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은행권 팔 비틀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은 이미 지난해 말 역대 최대 규모인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해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이자환급(캐시백)을 실시하고 있다. 은행의 캐시백 지원 규모는 1조6000억원 규모에 달하며, 은행권은 이와 별도로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에 4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상생금융 지원에 따른 비용이 반영되면서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14조9682억원으로 전년 대비 3.6%(15조5309억) 감소했다. 올해부터는 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야가 표심을 잡기 위해 은행에 비용을 전가하면서 은행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은행권 관계자는 “선거 때마다 은행권의 팔을 비틀어 표심을 잡는 공약들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올해부터는 은행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등 미래 불확실성이 높은 경제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데 선심성 공약에 은행 비용부담만 더 커질 것”고 말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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