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엔비디아 주가가 지난 4분기 실적발표 이후 장중 800달러를 뚫을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러나 그 이후 주가는 다시 800달러 밑으로 내려와 지난밤 미 증시에선 장중 770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진폭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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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비디아 주가가 지난 4분기 실적발표 이후 장중 800달러를 뚫을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러나 그 이후 주가는 다시 800달러 밑으로 내려와 장중 770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진폭을 보이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
이미 올해 들어서만 60% 가까이 폭등한 엔비디아 투자 시점에 대한 개인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엔비디아가 쏘아올린 공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외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와 같은 상승세가 언제까지,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주가는 800달러 주변을 횡보하고 있다.
엔비디아 ‘주당 800달러’라는 상징성
흔히 주가의 맨 앞자리가 바뀌는 지점을 라운드 피겨(round figure)라 일컫는다. 사상 최고가여서 매물대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 해도 이 라운드 피겨 가격대는 심리적 저항선이 된다는 것이 많은 투자자들의 인식이다. 엔비디아 역시 작년의 상당 기간동안 500달러라는 라운드 피겨 직전에서 가격대를 뚫지 못했다.
그러다 상승세가 시작되자 600‧700달러 라운드 피겨를 순식간에 뚫어내고 800달러 근처까지 주가를 밀어 올린 것이다. 투자자들의 고민은 지금부터다. 과연 800달러를 다시 뚫어낼 것인가, 혹은 이번 상승을 ‘오버슈팅’ 기록으로 남겨둔 채 아래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인가의 고민이다. 그리고 이 고민은 결국 ‘엔비디아를 지금 매수해도 되는가’의 질문으로 좁혀진다.
엔비디아의 현재 주가가 거품인지에 대해선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인 논쟁이 붙어있는 상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엔비디아 주가에 대해 “지난 2022년 이후 엔비디아 주가 상승 속도는 1998~2000년 닷컴버블을 주도했던 시스코 주가와 유사하다”고 짚었다. 당시 엄청난 폭등세를 나타냈던 시스코 주가는 실적악화(매출둔화) 신호와 함께 붕괴했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상황은 그때와는 다르다는 것이 허 연구원의 주장이다.
그는 “현재 엔비디아 매출과 이익은 급등 중이고, 매출 증가 속도를 감안할 때 주가 상승 속도는 빠르긴 하나, 닷컴 버블 당시만큼 과하지는 않다”면서 “부담스럽다고 해서 버블로 보기는 어려우며,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미 ‘매크로 지표’가 된 엔비디아
엔비디아 주가가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것이 단지 단일 종목의 주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미 월스트리트에서는 매크로 지표로 간주된다. 즉, 엔비디아 주가가 얼마나 올라가는지가 그 자체로 미국의 경기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해진 것이다.
국내 증시로 범위를 좁혀도 마찬가지다. 엔비디아의 주가 등락은 이른바 ‘관련주’들은 물론 반도체 섹터 전체의 수급을 좌지우지한다. 대표적인 국내 기업이 SK하이닉스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증시의 대장주인 엔비디아의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과 그렇지 못한 기업들 간의 실적 및 주가 차별화가 진행 중”이라면서 “AI 학습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여기에 채택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용량도 확장됨에 따라 HBM 총 공급물량은 작년 약 3.5~4억 기가바이트(GB)에서 올해는 12억GB 또는 그 이상으로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연구원은 “후발 경쟁사들의 HBM3 성과는 3개월 전의 기대치와 비교할 때 아직은 기대에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라면서 “시장지배적 공급자인 SK하이닉스의 실적 추정치를 상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도 종전 15만5000원에서 18만원으로 16% 상향한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또 다른 분위기도 감지된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차세대 HBM인 ‘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해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에 적용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16만6900원까지 올랐던 SK하이닉스 주가가 최근 숨 고르기가 들어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SK하이닉스를 위시한 반도체 섹터 전체의 명운을 엔비디아가 쥐고 있고, 현재까지는 긍정적인 관점이 유지되고 있으나, 관련주들의 전망에 대해선 물밑에서 많은 변화가 동반되고 있어 회사별‧종목별 판단이 유효한 상황으로 정리할 수 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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