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내달 12일 소액연체자 최대 298만명을 대상으로 연체이력정보를 신용평가에 반영하지 않는 이른바 ‘신용사면’이 시행되는 가운데 카드사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는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신용사면으로 신용점수가 높아진 취약차주들이 추가로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연체율 악화 등에 대비한 충당금 추가 적립 등 2금융권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2021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2000만원 이하 소액연체가 발생한 298만명에 대해 오는 5월까지 연체금액을 전액 상환할 경우 신용회복을 지원한다.

이중 259만명은 이미 연체액을 상환해 별도 신청 없이 신용회복 지원을 받을 수 있고, 39만명은 5월까지 연체액을 상환한다면 지원받을 수 있다.

지원 대상에 해당하면 연체이력정보가 신용평가에 반영되지 않아 신용평점이 자동으로 상승함에 따라 신용카드 발급, 신규 대출, 대출 갈아타기 등이 가능해진다.

현재 대출을 3개월 이상 연체할 경우 신용정보원에 최대 1년 간 기록이 보존되고 금융사나 신용평가사에도 관련 기록이 공유되는데 연체 금액에 따라 최대 5년까지 금융거래에 상당한 제한이 생긴다.

이번 신용사면과 관련해 금융권에서는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서민과 소상공인 등 소액연체자에 대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는 공감하나 성실상환자에 대한 역차별과 신용점수 신뢰성 훼손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2금융권은 취약차주가 많이 몰리면서 연체율 등 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신용사면으로 신용점수가 오른 취약차주의 신용카드 발급이 늘고 대출한도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의 연체율은 상승하는 추세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카드의 연체율은 1.67%로 전년 대비 0.69%포인트 올랐다. 이는 전업 카드사 가운데 가장 큰 폭이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의 연체율은 1.45%로 전년 대비 0.41%포인트 상승했고 우리카드는 1.22%로 0.02%포인트 올랐다. 삼성카드 연체율은 0.9%에서 1.2%로, KB국민카드 0.92%에서 1.03%로 각각 올랐다.

저축은행도 분위기가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저축은행업권은 고금리 장기화 및 부동산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9월 말 기준 연체율이 6.15%를 기록하며 전분기 말(5.33%) 대비 0.82%포인트 상승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용사면으로 신용점수가 오른다고 차주의 상환능력이 오르는 것이 아닌데 신용점수에 따라 대출을 내주다보면 객관적 평가가 어려워지면서 연체율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올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현재까지 고금리, 고물가 여파로 연체율이 높은데다 조달비용 부담 증가로 실적이 좋지 않은데 신용사면으로 충당금을 추가 적립하게 되면 수익성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