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월 가계대출 잔액이 7000억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 연속 증가세인데, 월별 증가 폭으로 보면 대폭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고금리 기조가 부동산 경기 악화를 부추겨 대출수요 부진으로 이어진 가운데, 금리인하도 3분기께나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하면서 실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본격 시행으로 대출한도도 꽤 줄어드는 만큼, 당분간 가계대출 증가세는 다소 주춤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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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월 가계대출 잔액이 7000억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달 28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약 696조 371억원으로 1월 말 약 695조 3143억원 대비 7228억원 늘었다.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 연속 증가세다.
다만 월간 증가 폭은 지난해 6월 6332억원 이후 8개월 만에 최소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전달인 1월 대출 증가폭은 약 2조 9049억원에 달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위축된 건 주택담보대출 부진 영향이 크다. 주담대 잔액은 약 536조 4995억원으로 한 달 전 534조 3251억원 대비 약 2조 1744억원 늘었다. 1월에만 약 4조 4329억원 늘어났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반 토막난 셈이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도 약 1조 954억원 줄어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은행권에서는 대출 증가세 둔화 현상에 대해 '고금리에 따른 부동산 경기 악화'와 '높은 원리금 상환 부담'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부동산 거품이 서서히 꺼지는 가운데, 미국발 금리인하 시기가 올 3분기께로 예상된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내 집 마련'을 앞둔 예비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평가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집값도 이제 고점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그동안 금리가 많이 떨어졌는데 다시 오르는 추세다 보니 조금 더 기다리면 3분기에는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 경기를 관망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고, 금리도 높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미국에서 (금리를) 내리면 한국도 내릴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보니 (예비 매수자들이) 급하게 결정하지 않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요가 예전만큼 폭발적이지 않다. 부동산 대출도 정말 필요한 실수요자들 위주로 받는 것 같다"며 "예전에는 '그냥 이번에 투자해볼까'라는 식의 투자 개념이었는데, 최근 금리가 많이 오르면서 '실수요' 위주의 대출이 대부분인 것 같다"고 답했다.
가령 전세 만기 만료를 앞두고 있거나 '내 집 마련'에 절실한 가구 등 실수요자에 한해서만 주담대를 신청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은행권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대출 증가세는 당분간 주춤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지난달 19일부터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각각 0.05∼0.20%p 인상했고, 우리은행도 지난달 28일 전세대출을 비롯 주담대 금리를 상품별로 0.10∼0.30%p 올렸다. 국민은행도 지난달 29일 비대면 주담대 혼합형 상품 금리를 0.04%p 올렸다.
한 관계자는 "당국이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기 위해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은행들이 금리를 올리게 됐다"며 "고금리에도 불구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대출 수요가 많이 늘어났는데, 자칫 총량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추가로 금리를 올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월 대출이 고금리에도 불구 증가세를 유지했던 배경에 스트레스 DSR를 의식한 수요가 상당한 까닭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대출을 꼭 받아야 하는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주담대 수요가 대거 몰렸다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2월 실적은) 주요 은행들의 대출수요가 조금씩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스트레스 DSR가 시행되기 전에 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린 부분이 있는데, 미리 대출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대거 몰려 유독 증가세가 컸을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스트레스 DSR'의 본격 개시로 당분간 대출수요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평가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6일부터 스트레스 DSR를 본격 개시했다. 은행이 대출자에게 부여할 금리에 미래 금리변동 위험까지 반영하는 만큼, 대출자로선 한도축소가 불가피하다. 은행 대출을 최대한 끌어야 하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족'으로선 민감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 시중은행이 모의실험을 한 결과에 따르면, 연봉 5000만원의 직장인(대출 없다고 가정)이 40년 만기(원리금균등상환)로 주담대(코픽스 6개월 기준 변동금리)를 받을 경우, 대출한도는 3억 4500만원까지 나온다. 하지만 스트레스 DSR가 적용됨에 따라, 최대한도는 1700만원 가량 줄어든 약 3억 2800만원에 그쳤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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