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의사들과 정부 간 충돌이 어떤 결말을 낼지 주목된다.
의대 증원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할뿐더러,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어 현직 의사들의 씨가 마르는 파국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정부는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 8983명(잠정)에게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지난달 29일 전공의 7854명에 대해 각 수련병원으로부터 명령불이행 확인서를 받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전공의들의 미복귀 증거를 확보했고, 추후 의료법에 따른 행정처분을 이행하기로 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5일 중대본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의 주동 세력을 중심으로 경찰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언제 고발할지, 대상은 어떻게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강경한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박민수 차관은 이날 브리핑 마지막으로 "의사는 국민을 이길 수 없다"며 "정부는 그간 의사의 반대에 가로막혀 개혁을 이룰 수 없었던 과거와, 이러한 경험을 통해 굳어진 잘못된 인식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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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
행정처분에 돌입한 정부에 맞선 의료계 현장은 올 것이 왔다는 입장이다.
출구전략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증원 강행 및 처벌 착수에 대해 기존 전공의들은 꿈적하지 않고 있고, 각 의과대학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공동성명을 내는 등 반발에 나섰다.
윤 대통령이 아래로 굴려버린 '의료 공백'이라는 눈덩이가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전국 대학 총장들이 주도해 40개 의대가 총 3401명 증원을 신청했지만, 각지의 의과대학 교수들은 대학본부의 증원 방침에 집단 반발하고 있다.
경북대병원 외과 A모 교수가 전날 자신의 SNS에 사직의 뜻을 밝혔고,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B모 교수는 이날 정부 방침에 반발해 대학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강원대 의대 교수들은 삭발식을 강행했고, 충남대병원 비대위 또한 전날 대학본부에 의대생 정원 동결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냈다.
지난 3일 서울아산병원, 강릉아산병원, 울산대 의대 교수들 또한 "정부의 사법적 처리가 현실화된다면 스승으로서 제자를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고 단체행동 방식을 놓고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경희대 의대 교수협의회도 이날 성명서에서 "의대 학생 및 수련병원 전공의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가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절대 좌시하지 않고 모든 수단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계 현장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입장이다. 인턴 및 레지던트인 전공의들은 거의 다 그만뒀고 연 단위로 계약하는 전임의 또한 그렇다.
대학병원에서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전문의들인 임상교원, 입원환자만 전담하는 촉탁의인 입원전담전문의들을 비롯해 정교수들만 남은 상황인데, 임상교원과 입원전담전문의들이 한두달 버티다 사직 도미노로 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실제로 '빅 5'라 불리는 서울시내 대형병원들에서 전임의 이탈 규모가 커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전체 전임의의 절반 정도만 남은 실정이다.
연세대 의대 및 고려대 의대 교수들도 정부를 향해 경고하고 나섰고, 서울대병원 교수 일부는 전공의 보호와 관련해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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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주요 대학병원들의 파산 위기까지 점쳐진다.
각 병원들이 병동 통폐합을 검토하면서 남아있는 인력으로 환자들을 돌보겠지만, 향후 서너달이 지나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직원 해고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갈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지방사립대 병원들 위주로 줄파산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사태를 해결할 유일한 실마리는, 의료 현장을 이탈하는 결정은 '의사 개인 선택의 문제'라는 점이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하는 의사의 자유 의지는 누구도 강제할 수 없다.
의사의 이탈 결심을 굳히는 현 정부의 대대적인 강제 조치가 얼마나 큰 눈덩이를 만들어 한국사회를 덮칠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