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기존 시스템과 일하는 방식 전부 바꿔야”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06년 이후 18년 만에 회장직에 오르면서, ‘조직 슬림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8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는 내용을 담은 인사를 발표했다. 정용진 부회장의 어머니인 이명희 회장은 총괄회장으로 그룹 총수 역할을 맡는다. 정 부회장 동생은 이번 인사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신세계백화점 사장 자리를 유지한다. 

정용진 신임 회장은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후지쯔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이사로 입사해 신세계백화점 기획조정실 상무,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사장을 거쳐 2006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됐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사진=신세계그룹 제공


정 회장 승진과 함께 사업군 빠르게 재편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기존 주력 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먹거리 신사업 발굴이 당면 과제다. 

실제로 정 회장은 신년사 등을 통해 “기존 시스템과 일하는 방식을 전부 바꿔야 한다”며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했다. 

지난해 연말 그룹 컨트롤타워 경영전략실부터 바꿨다. 신세계그룹은 기존 전략실을 경영전략실로, 전략실 산하 지원본부와 재무본부를 각각 경영총괄과 경영지원총괄 조직으로 개편했다. 경영전략실은 그룹 최고경영진의 의사결정을 보좌하는 본연의 업무를 강화하고, 실무 기능은 과감하게 현업으로 이관하면서 조직 효율화를 꾀한다는 취지다. 

이후 일주일 만에 정 회장은 경영전략실 전략회의도 직접 주재했다. 경영전략실이 과거 일해 온 방식을 질책하면서, 그룹 전체에 강도 높은 쇄신을 당부했다. 

정용진 신임 회장 승진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고 풀이된다. 과거 ‘1등 유통 기업’의 자리에 머물지 않고 한 단계 더 도약할 기로에 서 있는 신세계그룹이 정 신임 회장에게 부여한 역할은 막중하다.

그룹 주력사인 이마트는 지난해 매출 29조4722억 원, 영업손실 469억 원으로 사상 첫 적자를 냈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자회사 신세계건설의 대규모 적자가 반영됐다고 설명했지만, 쿠팡에 이어 중국 플랫폼까지 들이닥치면서 본업인 유통도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최근 이마트는 성과가 지지부진한 반려동물 용품 전문 ‘몰리스’의 담당 사업부를 폐지하고 패션·테넌트사업부로 통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제작을 담당할 특수목적회사로 설립했던 ‘일렉트로맨 문화산업전문회사’도 지난해 청산 절차를 밟았다.  

신세계그룹은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유통 시장에서 강력한 리더십이 더욱 필요해졌다는 판단이다. 정용진 회장을 중심으로 위기를 정면돌파한다고 이번 인사에 대해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은 “1등 기업으로 다시 한 번 퀀텀 점프하기 위해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며 “정용진 회장 승진으로 치열하게 변화하는 혁신기업으로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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