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판매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마무리하고, 오는 11일 금융사와 소비자 간 분쟁을 해소할 책임 분담 기준을 내놓을 예정이다.
홍콩 ELS 사태도 옛 파생결합펀드(DLF), 라임펀드, 디스커버리펀드 사태처럼 은행의 불완전판매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기존 단일 상품 판매 중심의 영업 방식 대신 규율을 고쳐 자문형 영업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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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은행들이 투자상품을 판매할 때 기존 단일 상품 판매 중심의 영업 방식 대신 규율을 고쳐 자문형 영업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10일 한국금융연구원이 발간한 금융브리프 논단 '투자상품 판매에서 자문형 영업으로의 전환 필요성'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투자상품 영업은 주로 개별 투자상품의 판매를 통해 이뤄지는 편이다.
가령 부동산 펀드를 판매하거나 ELS와 같은 구조화 상품을 특정금전신탁에 편입해 판매하는 등 단일 상품을 권고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실제 2021⁓2023년 중 은행권의 주가연계신탁(ELT) 방식 판매는 월평균 잔액 기준 약 27조 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또는 단독 투자상품을 고객이 매입하는 '판매 중심의 영업 관행'이 투자위험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판매자가 고객의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상황에서 상호 간 개인적인 관계나 판매자의 영업력 등을 기반으로 제한된 상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더불어 고객의 전체 재산이나 금융자산, 재무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못하는 점도 판매 중심 영업 방식의 한계로 꼽힌다. 소수의 투자상품을 메뉴 형태로 제시할 경우 고객의 세부적인 자산 종류나 총규모를 파악할 필요성이 낮고, 고객도 사적정보를 영업 중에 제공할 유인이 낮은 까닭이다.
이에 판매사가 전반적인 재산상황이나 개인적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상품 위주로 판매할 경우 투자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은행권이 불완전판매 논란을 종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논단을 집필한 구본성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들이 기존 '판매 중심 영업' 대신 '자문형 서비스'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자문형 서비스는 개별 상품보다 다수의 금융상품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판매자가 고객의 재산상황이나 기존 위험자산 보유수준 및 형태 등 고객에 대한 종합적 이해가 필요한 까닭이다.
구 선임연구위원은 "자문형 영업의 기대효과는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영업문화를 확산시키고 고객과의 사후분쟁을 축소하는 등 고객위험을 축소하고 고객의 수용성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자문형 영업은 은행과 고객 간 소통과 책임을 분명히 하고 은행권이 투자자의 수익흐름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투자서비스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구 선임연구위원은 규율체계를 획기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계좌방식을 활용해 고객의 자산정보를 집중·관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상위규율 체계를 마련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상품을 영업할 경우 고객에 대한 이해, 자산분배 및 평가, 복수의 투자상품 제공 등의 투자자문 절차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자문을 통한 투자위험의 성공적인 관리는 전체 국민의 금융자산 축적을 도모하는 등 거시금융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며 "자산수익률의 장기적인 안정화는 전체 국민의 금융자산 축적을 촉진해 금융서비스의 성장과 금융자산의 글로벌화, 고령화 기반 마련 등 거시금융 효과도 창출할 것이다"고 평가했다.
한편 은행 5곳(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이 판매한 홍콩 ELS의 만기 도래 원금은 1월부터 3월 7일까지 약 2조 302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손실액은 약 1조 2079억원에 육박한다. 금감원은 은행권 현장검사를 정리하고, 오는 11일 배상안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례별로 0~100%의 차등 배상이 원칙일 전망이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100% 내지는 그에 준하는 배상이 있을 수 있고, 배상이 안 될 수도 있다"며 일괄 배상은 없음을 시사했다.
이 원장은 "연령층, 투자 경험 내지는 투자 목적, 창구에서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 등 수십 가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어느 경우에 소비자가 더 많은 책임을 지거나 전부 책임을 져야 되고, 어떤 경우에 은행이나 증권사가 책임을 져야 되는지를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법률상으로 보면 사실상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고객을 상대로 상품을 판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면서 "실제로 있고 그런 경우에는 해당 법률행위 자체에 대한 취소 사유가 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100% 내지는 그에 준하는 배상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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