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최근 국제 유가가 반등세를 보이면서 원유에 투자하는 '유(油)테크'에도 관심이 쏠린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100달러 안팎이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최근 40달러 밑으로 내려간 뒤 반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위안화 절하 여파로 지난 24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가격은 배럴당 38.24 달러를 기록, 2009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긴급회의를 개최, 감산을 논의할 수 있다는 소식에 27일에는 3.96달러(10.3%)나 뛴 배럴당 42.56달러에 마감했다.

미국의 셰일 혁명, 이란 핵협상 타결, 세계 2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둔 달러 강세 등 악재가 쏟아지면서 국제 유가는 단기 급락 양상을 보여왔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OPEC 국가들이 미국의 셰일 산업을 고사시키기 위한 물량 공세를 중단하고 감산을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이 대두하면서 원유 가격이 바닥을 찍고 추세 전환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천원창 신영증권 연구원은 "산유량을 유지해 다른 지역의 생산 차질을 유도하면서 유가를 올리겠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전략이 실패로 돌아갔다"며 "저유가로 OPEC 국가 재정난이 심각해진 상황을 고려하면 감산 결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원유 값의 움직임을 투자 기회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추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원유 투자 상품 중 가장 규모가 큰 '미래에셋TIGER원유선물 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원유-파생형]'(설정액 4435억원)에는 올해 1621억원의 자금이 순유입했다. 원유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투자자들이 원유 가격 하락 구간에서 꾸준히 자금을 넣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WTI원유특별자산투자신탁 1[WTI원유-파생형]'(설정액 1048억원)에도 올해 482억원의 자금이 새로 유입됐다.

수익률 측면에서는 원유 값이 하락할 때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리버스 상품이 유가 폭락 국면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4월 출시한 '미래에셋TIGER원유인버스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원유-파생형)(H)'의 3개월 수익률은 50.34%에 달했다.

반면 원유 가격을 그대로 추종하는 대부분 원유 관련 펀드 상품의 3개월 수익률은 -30% 안팎으로 아직 저조한 편이다.

이 밖에 국내 금융사들은 최근 저유가 상황을 맞아 유가를 기초 자산으로 삼는 파생결합증권(DLS)도 활발히 발행하고 있다. 상반기만 원유를 기초 자산으로 한 DLS 발행액이 5806억원에 달했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유 투자는 당분간 보수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지만 원유가 배럴당 40달러 수준에서는 하방 경직성이 발휘될 것으로 예상돼 저점 분할 매수를 고려하는 투자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