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수처리장용 액화탄산가스 구매 입찰 담합 행위 적발
공정위, 시정명령 및 과징금 4200만원 부과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액화탄산가스(L-CO2)를 제조·판매하는 2개 업체가 폐수처리장용 액화탄산가스 구매 입찰에 참여하면서 낙찰예정자와 투찰 가격 등을 담합한 행위가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게 됐다.

   
▲ 공정거래위원회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공정거래위원회는 액화탄산가스를 제조·판매하는 어프로티움(옛 덕양)과 태경케미컬(옛 태경화학) 2개 업체에 대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4200만 원을 부과했다고 20일 밝혔다. 

액화탄산가스는 이산화탄소 가스(CO2)를 액체화시킨 것으로, 주로 용접용 또는 식품첨가용으로 사용되며 폐수처리장 등에서 발생하는 알칼리성 폐수 중화제로도 사용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포스코는 광양제철소에서 발생하는 알칼리성 폐수를 중화 처리하기 위해 통상 매년 초 포스코의 각종 테스트 등을 통과해 별도 관리 그룹(소싱그룹)으로 등록된 공급사를 대상으로 제한경쟁입찰 방식으로 액탄 구매 입찰을 실시했다.

입찰 시 포스코가 미리 설정한 목표 가격과 저가 제한 기준액 사이 투찰 가격을 제시한 공급사 중 최저 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최저가낙찰제' 방식을 적용했다. 또한 물량 전체를 미리 확정하지 않고 예상 물량만을 정한 후 납품단가만을 정하는 '납품단가입찰' 방식을 적용해 실시했다.

입찰은 낙찰가가 목표가 격 수준에 근접하도록 한 회차 입찰에서 복수 투찰을 진행하거나 유찰 후 재입찰을 실시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2018년은 총 5회, 2019년은 총 4회의 투찰이 진행됐다.

어프로티움은 2017년 실시된 입찰에서 새롭게 납품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제조원가 수준 가격으로 투찰한 바 있었고, 이 때문에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대한 액화탄산가스 납품 이익을 거의 얻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러 수익성 개선을 목적으로 태경케미컬에 들러리 참여를 요청했다. 

어프로티움은 2018·2019년 실시된 입찰에서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태경케미컬에 입찰 정보와 투찰할 가격을 알려줬으며, 낙찰 시 들러리 협조의 대가로 태경케미컬로부터 액화탄산가스 납품 물량 일부를 매입하기로 합의했다.

2018년 실시된 1차 입찰에서 태경케미컬은 어프로티움이 미리 요청한 가격으로 투찰했으나, 해당 입찰은 유찰됐다. 이에 어프로티움은 태경케미컬에 2·3차 입찰에서도 1차와 동일한 가격으로 투찰할 것을 요청했고, 결국 합의대로 어프로티움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2019년 실시된 1·2차 입찰에서도 어프로티움은 태경케미컬에 자신보다 높은 금액으로 투찰할 것을 요청했고, 태경케미컬이 이를 실행함으로써 어프로티움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낙찰 이후 어프로티움은 합의가 지속된 2018년 4월부터 2019년 6월까지 매월 포스코 납품 물량 약 8~60%를 태경케미컬로부터 매입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로 입찰 참여자의 자유로운 판단에 따른 실질적 가격 경쟁이 저해됐다는 점 등을 고려해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시정명령과 함께 어프로티움 및 태경케미컬에 과징금 2800만 원, 1400만 원을 각각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조선사 발주 액화탄산가스 구매 입찰 담합 건과 드라이아이스 가격 담합 건에 대한 조치에 이어 액화탄산가스 관련 시장 사업자 간 담합에 대해 세 번째로 조치한 사례로,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담합 근절에 기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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