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미국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한국과 신흥국에 대한 충격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월에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2008년 12월 지금의 초저금리(0~0.25%)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미국이 7년 만에 처음으로 긴축에 나서는 것이 된다.
이는 글로벌 유동성 축소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최근 불거진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까지 겹쳐지면 그 폭발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은 지난 2013년 5월 당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갑작스럽게 '자산매입 축소'를 시사함에 따라 신흥국에서 자금이 대거 빠지는 '긴축 발작(taper tantrum·테이퍼 탠트럼)'이 나타난 바 있어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충격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그동안 미국이 저금리를 통해 금융시장에 퍼부은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이어서 그동안 풍부한 유동성 덕분에 가격이 오른 위험자산이 부담을 받게 된다. 신흥국 주식과 채권은 대표적인 위험자산이다.
여기에다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 미국채 금리가 오르고 달러화의 가치가 상승하게 되는 데, 이는 지난 수년 동안 수조달러를 빌린 신흥국의 정부와 금융기관, 심지어 가계에까지 충격을 줄 수 있다.
신흥국은 대체로 미국보다 금리가 높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금리차가 좁혀져 자금 유출이 발생하면 신흥국도 금리 인상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한국은 2013년 5월 연 2.5%였던 기준금리가 올해 9월 현재 1.5%까지 낮춘 상태여서 금리 인상을 통한 자금 유출 압박을 막기엔 더 버거운 처지가 됐다.
유진투자증권의 이상재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장기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달러화 강세에 따라 미국에 대한 투자수익률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신흥국에서 자금이 유출될 것이다. 대신 이머징통화는 약세를 보이고 중국의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신흥국의 경제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LIG투자증권의 김유겸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좁혀지면서 신흥국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감내할 수준이 아니라면 캐리트레이드가 청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캐리트레이드는 조달 비용이 낮은 곳에서 투자 수익이 높은 것에 투자하는 것으로 통상 저금리인 달러화나 유로화를 가져다 고수익이 예상되는 신흥국에 투자하는 것이다.
달러화 강세 전망에 신흥국 통화가치도 이미 급격하게 떨어져 신흥국 투자 위험은 더 커졌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예고돼 왔다는 점에서 지난 2013년과 같은 '긴축 발작'이 나타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이전의 긴축 때보다 더 점진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미국 경제가 금리 인상 충격을 감당할 정도로 탄탄한지 확인할 것으로 보이는 것도 긍정적이다.
실제로 과거 30년 동안 미국의 6차례 긴축 사이클 때 금융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체로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994년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 재직 당시 금리 인상은 예고됐으나 그 시기나 향후 긴축의 규모는 시장에 충격을 줬고 거의 모든 금융자산이 손실을 기록했다.
1994년 2월 연준은 기준금리를 3.0%에서 3.25%로 인상했다. 이후 미국 기준금리는 6차례 더 올라 불과 1년 만에 6.0%까지 치솟았다.
1년 만에 3%포인트 오른 상승폭도 문제였지만 한 차례 최대 0.75%포인트까지 상승한 인상 속도도 시장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미국 채권가격 폭락 사태와 함께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의 주식도 폭락했다. 멕시코는 결국 외환위기에 빠져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김유겸 이코노미스트도 과거에도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 때 신흥국 부도가 나타났다면서 갑자기 자금이 빠져나가면 자금의 흐름이 막히면서 부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상재 팀장은 금리 인상 시나리오에 따라서 시장이 받는 충격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기준금리가 0~0.25%였던 금리가 0.25%로만 오르고 연준이 온건한 기조를 강조하면 시장의 초기 불안은 단기 충격에 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0.5%로 올리고 온건한 통화정책 기조를 강조한다면 초기 불안은 크겠지만, 이는 점차 잦아들 수 있다면서 연준이 이렇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9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았을 때 금리인상에 따른 충격보다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데 따른 여파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결국, 연내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로 된 상황에서 불확실성이라는 '폭탄'을 안고 가는 것보다 9월 금리 인상 후 연준의 기조를 확인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밤방 브로조느고르 인도네시아 재무장관이 "미국이 (금리 인상) 결정을 내리는 편이 낫다"며 "불확실성이야말로 금융시장을 취약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밝힌 것은 같은 맥락이다.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나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 등도 미국의 금리 인상을 촉구하는 발언에 나선 바 있다.
미국이 중국의 경기 둔화와 증시 불안으로 비롯한 위험을 반영해 글로벌 경제의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을 늦춘다면 시장은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고 이상재 팀장은 평가했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결정을 2주 정도 앞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로는 오는 금요일(4일) 8월 고용지표와 임금 상승률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8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21만~22만명 수준으로 전달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됐다. 통상 고용이 20만명을 넘으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