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현대카드가 애플과 손잡고 국내에 애플페이를 도입한지 1년을 맞았다. 2014년 애플페이 출시 후 약 8년 만에 국내에 상륙하면서 아이폰 이용자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애플페이 출시 후 현대카드 신규 발급이 크게 늘며 초기 흥행에는 성공했으나 교통카드 기능 지원, 결제 가맹점 확대 등 아직 넘겨야 할 과제들이 많은 상황이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3월 21일 애플페이를 국내에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이후 한 달간 신규 발급된 현대카드는 약 35만5000장으로 2022년 같은 기간(13만8000장) 대비 156% 증가했다. 또 지난해 3월 현대카드의 신규 회원 수는 20만3000명으로 전월(11만6000명) 대비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애플페이 결제는 출시 후 100일 만에 2580만건을 넘겼다.

   
▲ 사진=애플페이


애플페이는 특히 아이폰 이용자가 많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모았다. 애플페이 출시 초반 현대카드의 신규 회원 대부분은 MZ세대였다. 출시 한 달간 신규 회원 중 20대가 51%로 가장 많았으며 30대 28%, 40대가 12%로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이후 현대카드의 신규 회원 수는 4월 16만6000명, 5월 14만5000명, 6월 12만5000명, 7월 12만명, 8월 11만명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며 반짝 흥행에 그치는 모습을 보였다.
흥행이 이어지지 못한 배경으로는 교통카드 기능이 추가되지 않은 점과 결제 가맹점이 편의점과 대형 프렌차이즈 등에 집중돼 있다는 점 등이 꼽힌다.

애플페이 도입 전부터 국내 가맹점의 낮은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 보급률이 걸림돌로 작동할 것으로 예상돼왔다. 애플은 NFC 방식을 통해 애플페이를 서비스하는데 국내 카드결제 단말기 대부분은 마그네틱 보안전송(MTS) 방식으로 NFC 단말기 보급률은 10% 미만에 그친다.

NFC 단말기는 한 대당 평균 20만원 가량으로 가맹점주들이 구입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 이에 결제 가능한 가맹점이 제한적으로 일반 식당에서는 애플페이를 사용하기 어렵고 대중교통 결제도 지원하지 않는다.

현대카드는 금융위원회의 심사과정에서 애플페이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을 포기하면서 다른 카드사에서도 애플페이를 출시할 수 있게 됐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 현대카드 외에 애플페이를 도입한 곳은 없다.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도입을 망설이는 데는 수수료 문제도 있다. 수수료가 없는 삼성페이와 달리 애플페이는 카드사로부터 결제금액의 0.15%를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0.03%)이나 이스라엘(0.05%)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사용처에 제약이 많고 단말기 보급 문제도 있어서 카드사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아이폰 사용 고객들은 애플페이 도입을 오랜 시간 기다려온 상황으로 처음에는 신기하기도 해서 사용을 했겠으나 추가적인 혜택이 있지 않은 이상 사용할 메리트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대중교통 지원이 되지 않는 한 결국 애플페이 외에 또 다른 카드 한 장을 들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확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카드사들이 현재 신용판매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 애플에 수수료까지 주면서 도입을 해야하나 하는 고민도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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