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풍속화가 남헌 서정철(南軒 徐正澈) 화백이 자신의 풍속화 43점과 함께 '회화 속에 숨은 웃음 ‘해학’' 화문집을 발간했다. 해학작품을 전문으로 그린 남헌의 60년 화업이 새로운 해석과 또 다른 원초적 세계로 초대를 하고 있다.  

   
해학은 인류에게 불가항력적 권력에 대한 저항할 대체제이자 생활의 피신처였다. 신분 사회에서 유일한 탈출구는 놀이 문화나 풍자적 그림으로 그들만의 세상을 비웃는 해방구였다. 하기에 이들에 대한 자료는 거의 남은 게 없고 당시에 소비되고 마는 일종의 시대적 분노였다.

그러한, 간직되지 못한 아픔들에 대한 기억 모음집이 책으로 나왔다. 유교적 사고로 일관해온 역사속에서 해학은 해방구이자 시대적 가치에 대한 일깨움이다. '웃픈' 그속에는 웃음으로만 간직될 수 없는 역사적 한이 서렸다. 그 한의 모음집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리고 잊혀지지 않아야 될 삶의 처절한 기록으로 간직되어야 할 기억의 과거다. 

풍속화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지만 세상의 평가는 박했다. 인간의 예술적 욕망은 시대를 거스리지 않지만 시대를 거스리지는 못했다. 그래서 평가는 박하다. 이기적인 예술성을 따지는 현대적 심미안, 시대적 필요성과는 항상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인간적인 자연적 표현의 발로는 그래서 묻혔다.  

다시 한 번 정의하거니와, 우리가 음담패설집으로 알고 있는 고금소총(古今笑叢) 내용 중에서 주로 양반이 계집종과 벌이는 짓이나, 파계승과 변절하는 여인들 간에 은근히 눈 맞추려다가 망신당하는 이야기는 해학에 속한다. 이야기꾼으로 유명한 정수동, 정만서전이나 백사 이항복 대감이 어릴 적에 보인 천재성으로 어른들을 감탄하게 해 준 이야기가 골계이며, 우리가 잘 아는 봉이 김선달의 대동강 팔아먹는 이야기는 단지 무식한 부자들을 골탕 먹이는 익살쯤으로 보면 무난할 것이다. -본문 중에서

풍속화가 남헌 서정철 화백이 자신의 풍속화 43점과 함께 '회화 속에 숨은 웃음 ‘해학’' 화문집을 발간했다. 남 화백은 해학작품을 전문으로 그린 60년 화업이지만 얼마 전까지도 해학과 골계, 익살의 뜻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사용하는 데 아쉬움이 컸다. 

때로는 자료도 찾아봤지만 이에 대한 자료는 전무했고 20년 전 자신이 정리한 자료를 책으로 발간하려 했으나 상처(喪妻) 등의 가정사로 이제야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남헌 화백의 해학 화문집은 제1부 유모어의 장, 제2부 해학과 골계와 익살, 제3부 나의 해학 풍속화로 구성됐으며 해학을 설명하는 자신의 풍속화가 곁들여져 있다. 이를 통해 해학과 골계와 익살의 구분 기준을 명확히 제시, 확립했다.

1부는 ‘해학’을 서양에 유모어(Humor)와 비교해 설명하고 있으며 2부에서는 해학과 골계, 익살을 그림과 함께 설명한다. 3부는 자신의 화업 60년에 대한 회고와 전시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작가로서 새로운 각오도 담았다. 

동덕여대 김상철 교수는 남현 화백의 작품을 “작가 특유의 해학과 풍자의 이야기는 이전 작업들에 비해 보다 농밀한 여운을 담아내고 있다. 해학은 유머나 익살과 같이 언어로 전달되는 가벼운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연민과 동정을 불러일으키는 잔잔한 웃음이다”라며 “작가가 풍속화에 매진하는 이유 역시 이러한 풍자와 해학을 통해 발현되는 독특한 심미에 주목했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평가한다.

남헌 화백은 200~300 년 전,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 이후 맥이 끊길 번한 해학풍속화를 재현해낸 풍속화가라는 화단의 평가를 받고 있다. 2016년 전시를 관람한 한 평론가는 ‘해학풍속화의 선구자’라는 극찬을 하기도 했다.   

이번 책자는 고전적 의미에 현대미술의 다양한 접근법과 해석을 차용했다. 풍속화에 대한 기존 가치에 대한 미술사적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있다. 예술이라는 뿌리는 과연 어떤 잣대로 어디에서 부터 재단해야 할까에 대한 과제를 제시한다. 그 가치는 과연 현대적 의미의 예술작품일까? 인간의 기본적 표현의 기록일까? 의문에 대한 답은 화문집속에서 스스로 찾아나갈 일이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