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약 1년여 만에 뒷걸음친 반면 기업대출은 한 달 사이 8조원 가까이 불어나는 등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에 제때 빚을 갚지 못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부실 우려에 대비한 은행권의 자산건전성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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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약 1년여 만에 뒷걸음친 반면 기업대출은 한 달 사이 8조원 가까이 불어나는 등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28일 기준 693조683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말 695조7922억원과 비교해 2조1088억원 감소한 규모다. 작년 4월(-3조2971억원) 이후 11개월 만에 첫 감소 전환이다.
특히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주담대 잔액은 전월 말 대비 1조657억원 줄어든 536조307억원으로 집계됐다. 주담대 잔액도 작년 4월 이후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신용대출은 6354억원 감소해 작년 10월 이후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다.
가계대출이 줄어든 것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부진한 데다 정책당국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가계부채 관리강화를 위한 대출규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당국은 올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과 하반기 주택시장 회복 가능성 등을 고려해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보고 은행권에 가계부채 관리강화를 지속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반면 기업대출은 여전히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84조4562억원으로 한 달 전(767조7107억원)보다 7조7455억원 늘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자금순환통계상 가계‧기업 부채 합) 비율은 224.9%로 집계됐다. 가계신용 비율은 100.6%로 전분기(101.5%)에 비해 약 1%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기업신용 비율은 124.3%로 전분기 대비 0.2%포인트 올랐다. 이는 1975~2023년 창기 추세와 비교해도 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긴축적인 금융여건 지속으로 가계 및 기업의 취약부문을 중심으로 채무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있으며, 이는 취약부문 부실 증가와 함께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손실흡수력 제고 등을 통해 잠재리스크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기업신용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거시경제 또는 차주의 금융이용 여건 변화에 따라 중기적 시계에서 민간신용 레버리지의 확대 압력이 커질 수 있다”면서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자산건전성 관리 및 자본확충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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