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재계 주요 그룹이 한 세대를 풍미한 전 오너들을 보내고, 3·4세로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이 같은 흐름은 더욱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삼성, 현대, LG, 효성 등은 이미 3·4세 총수가 그룹을 이끌면서 미래 중심 신사업 전략을 펼치며 새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효성은 지난 2017년부터 조현준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조석래 명예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했지만 장남 조현준 회장이 일찌감치 그룹을 이끌면서 리더십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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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가 오너가 3·4세 경영 시대를 맞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3월 17일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이 참석한 모습./사진=연합뉴스 |
다른 그룹에서도 언급한대로 이미 3·4세 회장이 경영을 전두지휘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손자로 3세에 해당한다. 이재용 회장은 이건희 선대회장이 지난 2020년 10월 별세한 지 2년 만인 2022년 10월 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이재용 회장은 선대에 구축한 '반도체 삼성'의 아성을 지키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혁신을 거듭하며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갈수록 심화되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 속에서도 확고한 경쟁력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또한 5개월 전 출시한 갤럭시S24 시리즈 등 스마트폰 신규 라인이 세계최초로 적용된 인공지능(AI) 기능으로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1위를 기록하는 등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범현대가에서는 그룹 핵심인 현대자동차그룹을 정의선 회장이 이끌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정주영 현대 창업회장의 손자로 오너가 3세다. 부친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2020년 회장에 취임했다.
정주영 창업회장의 장남인 정몽구 명예회장은 지난 2021년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으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그가 이끄는 현대차그룹은 연매출 200조 원 이상의 글로벌 톱3 자동차그룹으로 성장했고, 3년 새 영업이익은 5배로 증가했다.
정의선 회장은 모빌리티 대전환을 위해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차,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 중심 자동차 산업을 성공적으로 전개했다는 평가다.
특히 현대차그룹을 전기차 분야로의 빠른 진입을 이끌어 미국 테슬라의 독주를 견제하는 글로벌 전기차 회사로 성장시켰다. 수소차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40대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룹을 안정적이면서도 혁신적으로 경영하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구인회 LG 창업회장의 증손주로, 구본무 선대회장의 조카이자 양아들이다. 장자승계 가풍에 따라 가업을 잇기 위해 구본부 선대회장의 양자로 입적했고, 친부는 구 전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2018년 구본무 선대회장이 별세하면서 LG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구광모 회장은 당시 40세로 상당히 젊은 나이에 대기업 총수에 올랐지만 이후 성공적인 경영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구광모 회장은 핵심 계열사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혁신을 주도하면서 전기차용 배터리 분야 세계 1위 기술력을 펼치고 있다. 또한 LG화학의 전통 화학산업 비중을 줄이고 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혁신 신약이라는 3대 신성장동력을 근간으로 하는 미래 혁신을 제시했다.
그는 재계에서 '미래사업 승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젊은 나이와 풍부한 해외 경험을 바탕으로 일단 선택하면 집중력을 발휘해 사업을 빠른 속도로 궤도에 올리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화학·배터리 분야 외에도 주력인 전자 사업에서 전장, 프리미엄 가전을 성장시켜 글로벌 시장에서 '가전은 LG'라는 명맥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본격적인 3세 시대를 맞이한 효성그룹도 조현준 회장이 첨단기술 중심 사업에 집중하며 그룹을 미래지향적으로 디자인하고 있다.
조현준 회장은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회장의 손자로, 조석래 선대회장의 장남이다. 조현준 회장은 부친이 만들어놓은 스판덱스·타이어코드 세계 1위라는 첨단소재 강점을 글로벌 무대로 펼치며 성장시켰다. 또한 기술 개발에 난관이 많아 다른 기업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탄소섬유 개발을 주도하며 국산 탄소섬유 유일 제조기업으로 세계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게 했다.
효성은 조홍제 창업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향후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독립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조현준 회장은 계열 분리 이후 효성을 이끌며 섬유·첨단소재 신사업을 계속 발굴하고, 영업가치 1조 원을 넘은 탄소섬유를 더욱 키워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서는 3·4세 오너 경영 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면서 신사업을 추진하는 경향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을 키웠지만 성장동력이 떨어진 전통 사업을 수정해 미래에 맞게 손질하고, 기존 주력 분야가 아니더라도 성장성이 큰 분야는 과감히 도전하는 시도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업들의 글로벌 행보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선대에서 수출 중심 산업 구조를 구축했다면 이제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 국경을 초월한 미래 중심 사업을 펼쳐나갈 것이란 전망이다. 이들이 대부분 유학 등 오랜 해외생활에서 글로벌 감각을 익혔고 영어 등 언어 구사 능력이 뛰어나 해외 파트너와의 소통에 자유롭다.
재계 관계자는 "3·4세 오너들이 주력 사업의 지속 성장과 신성장동력 발굴을 모두 성공시켜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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