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미미 기자] 18년 만에 승진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취임 첫 행보로 ‘인사’를 택했다. 그룹 내 주요 임원들의 긴장감이 급상승하면서 성과로 이어질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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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사진=신세계그룹 제공 |
신세계그룹은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를 경질하고, 신임 대표로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내정했다고 2일 밝혔다. 신세계건설 영업본부장과 영업담당도 함께 경질하기로 했다.
신세계건설 실적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만 1878억 원에 달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유동성 위기라곤 하지만, 모기업 이마트의 사상 첫 영업손실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신세계건설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다.
그룹 측은 이번 인사를 두고 ‘쇄신’이라고 표현했으나, 기용보다는 ‘경질’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읽힌다.
정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된 시기에도 “예정된 투자를 차질 없이 진행하라”고 독려해왔다. 쇼핑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오프라인 유통업 위기설이 대두되자 정 회장은 쇄신으로 방향을 틀었다.
신세계그룹은 2023년 정기인사에서 신상필벌(信賞必罰) 원칙을 강조하며, 서머 캐리백 발암물질 검출로 논란이 된 SCK컴퍼니(옛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대표를 교체했다.
2024년 정기인사에서는 신세계그룹 대표이사의 약 40%가 교체됐다.
생존이 절실한 기업 입장에서 성과주의 인사는 필수 전략이지만, 잦은 인물 교체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술을 새로 짜는 등 다각도로 해결책을 적용해야지 선수나 감독을 바꾼다고 무조건 성적이 잘 나온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영진이 움츠러들면 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특히 신세계건설 경질 인사 발표와 함께 신세계그룹은 ‘앞으로도 내부 핵심성과지표(KPI)를 토대로 기대 실적에 미치지 못하거나, 경영 성과가 저조한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진을 수시로 평가해 엄정한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사 관계자는 “다음 타깃이 유통 쪽으로 옮겨올 지 관심사”라며 “임원들은 통상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는데, 수시 인사로 경질을 발표해 불안감만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핵심 재무통인 허 부사장을 신임 건설 대표로 내정한 것은 그룹 차원에서 건설의 재무 이슈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신세계그룹 주력 계열사 이마트는 지난 달 창사 이래 첫 ‘전사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 대표교섭노조인 전국이마트노동조합(한국노총)은 “구조조정 할 수도 있지만, 냉철한 자기반성과 분석이 우선이다. 제대로 된 처방이 나와야 시장과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마트는 최근 사업보고서에서 “저비용 구조를 확립해 수익성 개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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