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준희 기자]유동성 위기에 허덕이고 있는 신세계건설이 ‘안정’ 대신 ‘쇄신’ 카드를 택했다. 기존 ‘건설통’ 정두영 대표 대신 ‘재무통’ 허병훈 신임 대표를 내정하면서 재무건전성 개선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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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병훈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이 신세계건설 신임 대표로 내정됐다./사진=신세계건설 |
3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지난 2일 정 대표를 경질하고 신임 대표로 허병훈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내정했다. 정 대표와 함께 영업본부장과 영업담당도 경질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예견된 인사'라는 평가다. 신세계건설은 지난 2022년 말부터 지방 사업장 분양실적 부진으로 인해 재무부담이 가중돼 왔다. 수익성 또한 대폭 악화해 지난해 연결기준 1878억 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재무부담에 실적 악화까지 겹치면서 신용등급도 강등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신세계건설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하향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신세계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금액은 2800억 원으로 증가해 PF 우발채무 리스크도 확대되는 추세다.
30년 넘게 신세계건설에서 근무하며 ‘건설통·현장통’으로 꼽히는 정 대표가 지난 2022년 취임 이후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지난달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면서 연임하는 듯했던 정 대표는 결국 지난해 ‘실적·성과 중심 인사 평가 제도 구축’을 천명했던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쇄신 의지와 맞물려 ‘경질’이라는 엔딩을 맞았다.
정 대표가 물러나면서 신임 대표로 내정된 허병훈 부사장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맞닥뜨린 신세계건설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허 신임 대표는 신세계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분류된다. 1962년생으로 고려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한 허 대표는 1988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 삼성물산 재무담당과 미주총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거쳤다.
2011년부터 호텔신라로 이동해 경영지원실장 겸 CFO 등을 거친 뒤 2018년 7월 신세계그룹에 입사해 전략실 기획총괄 부사장보, 지원총괄 부사장, 관리총괄 부사장, 백화점부문 기획전략본부장, 전략실 재무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그룹과 건설 내부에서는 허 대표의 재무 관리 능력에 대한 기대가 크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허 내정자가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으로 그룹의 재무 관리를 총괄해온 만큼 신세계건설의 재무 건전성을 회복시킬 적임자”라고 말했다.
또 “그룹의 핵심 재무통인 허 부사장을 신임 건설 대표로 내정한 것은 그룹 차원에서 건설 재무 이슈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신세계건설은 최근 영랑호리조트 흡수합병, 회사채 발행, 레저부문 양수도 등을 통해 선제적 유동성 확보를 통한 재무건전성 강화에 힘써왔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영랑호리조트 흡수합병으로 약 660억 원 규모 순현금 유입 효과가 발생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를 대상으로 진행한 레저부문 매각예정금액도 약 1820억 원 규모로 단기적 유동성 대응 부담은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이러한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허 대표는 잠재적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지속적인 추가 유동성 확보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춰 재무안정성을 개선하는 한편, 장기적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전날 인사 발표 이후 신임 대표 업무 파악을 위한 각 부서별 보고가 이뤄지고 있다”며 “업무 파악이 마무리되면 재무건전성 회복을 중심으로 한 회사의 향후 비전을 보여주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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