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vs 안철수 ‘잠룡’ 대결에 분당구갑 초접전 양상
보수 텃밭이지만 정권심판론에 현역 교체 분위기 감지
[미디어펜=최인혁 기자]“모조리 싹 다 갈아엎어 주세요” 2019년 한국 가요계를 뒤흔든 노래 ‘사랑의 재개발’의 가사다. 혜성처럼 등장해 음원 차트를 갈아엎었던, 재개발 열풍은 보수 텃밭으로 알려진 경기 성남시분당구갑 선거구에서 재현되고 있다. 1기 신도시인 분당에서 재건축에 대한 강한 열망이 나타나며 현역 교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분당갑은 보수세가 매우 짙은 선거구로 알려져 있다. 16대 총선부터 현재까지 단 한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보수정당 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18대 총선에 출마했으나 낙선을 경험한 바 있다. 

해당 선거구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알려진 판교 테크노밸리가 자리 잡은 지역이다. IT업계 종사자들이 늘며 한때 민주당에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높은 집값으로 이들이 주변지역으로 밀려나면서 다시 보수화가 진행되는 중이다.

   
▲ 안철수 국민의힘 경기 성남시분당구갑 후보가 판교역 앞에서 지지자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안철수 후보 SNS


이에 분당갑은 민주당에게 ‘험지’이자 ‘사지’로 여겨진다. 게다가 현역 의원이 ‘잠룡’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인 만큼 민주당이 탈환을 꿈꾸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안 후보는 디펜딩 챔피언으로 분당에서 강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 그가 창업한 ‘안랩(AhnLab)’이 판교에 위치하고 있어 지역 연고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이 높은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보수 텃밭인 분당의 민심은 요동치고 있다. 재건축 등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후보도, 노후화된 건물도 모두 싹 다 갈아엎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영향이다.

분당은 30여 년 전 1기 신도시로 입주가 시작됐다. 현재는 부실시공 문제 등으로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돼 재건축 필요성이 날로 커지는 중이다. 따라서 매 선거마다 재건축 공약은 빼놓을 수 없는 단골 소재가 됐다.

이번 총선에서도 안 후보와, 이광재 민주당 후보 모두 재건축에 대한 공약을 발표했다. 두 후보 모두 선도지구 선정, 고도제한 완화 등을 공약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중이다. 유사한 공약 속 눈에 띄는 차이점은 서울공항 이전 문제다. 그리고 이는 두 후보의 경쟁력을 가르는 지점이 되고 있다.

   
▲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경기 성남시분당구갑 후보가 서현역 앞에서 지지자와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안 후보는 서울공항이 군사시설인 만큼, 공항 이전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 후보는 용산 미군 기지 이전을 추진해 봤던 중앙 정치의 경험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치력’이라는 무기로 보수 텃밭을 뒤엎을 기회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세밀한 차이는 오는 총선에서 유효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미디어펜이 4·10 총선 사전투표 시작 하루 전인 4일, 분당구갑을 찾아 들은 민심은 ‘보수 텃밭이지만, 이번에는 밭갈이가 필요하다’로 파악된다.

분당구갑은 ‘잠룡’들이 맞붙은 지역이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혼전 양상이 나타나는 등 개표까지 결과를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다. 다만, 현장 민심은 보수 텃밭이란 수식어가 무색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미디어펜이 이날 오전 탄천에서 만난 60대 남성 지모 씨는 “안 후보가 이 지역 현역 의원으로 잘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며 “이 후보는 연고 없이 새로 오신 분 아니냐”면서 “어차피 지켜지지도 않을 공약은 관심이 없고 지역에 세금이라도 한 푼 더 낸 사람을 뽑겠다”라며 상대적으로 지역 연고가 뚜렷한 안 후보에게 호감을 보였다. 

보수 텃밭이지만 ‘정권 심판’ 민심 무시 못 해…민주당 재당선 촉각

하지만 ‘정권 심판’에 대한 민심이 점차 커지고 있어, 안 후보가 텃밭을 믿고 방심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를 지지하지만 정권에 대한 반감이 커 다시 선택하기 망설여진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는 탓이다.

그리고 팽배해지고 있는 정권 심판론은 이 후보에게 보수 텃밭을 탈환할 기회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야탑동에 거주하는 60대 남성 조 모씨는 “안 후보가 이번에도 당선되는 게 기정사실인데 윤석열 대통령이 너무 못해서 변동이 있는 것 같다”면서 “이 후보가 최근 지역에도 자주 보여서 개인적으로 관심이 간다. 이번에는 한번 바꿔보려 한다”고 말했다.

판교역에서 만난 40대 여성 박 모씨도 “특정 정당과 후보를 선호해 투표하겠다는 마음보다 싫어하는 마음이 더 크다”며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하지만 저는 국민의힘이 싫다”면서 정부여당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또 후보와 정당에 대한 선호보다 오로지 지역 발전을 위해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백현동에 거주하는 40대 남성 이 모씨는 분당이 보수세가 강한 지역임을 언급하며 “이번에는 너무 한쪽으로만 몰아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라며 “대통령도, 시장도 국민의힘이니 국회의원은 바꿔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보수정당 소속 후보를 지지했으나, 재건축 등 지역 현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현역 교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이 후보가 ‘정권 심판’과 재건축 기대감으로 요동치는 민심을 바탕으로 현역 의원인 안 후보와 혈투 끝에 분당갑에서 민주당의 재당선을 이뤄낼 수 있을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