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이 '해외건설 명가'로 다시 일어서고 있다. 과거 해외건설 시장 진출의 선봉장으로 중동과 동남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아프리카 등 전세계 곳곳에 다양한 건축물들을 세운 쌍용건설이다. 외환위기 등으로 인해 잠시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세아'라는 새 주인을 만나 안정을 되찾은 지금, 다시 한번 해외에서 호평이 자자했던 기술력을 더 많이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쌍용건설의 해외건설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과거의 영광부터 현재의 성과와 미래의 계획도 함께 들여다본다.[편집자주]
['해외건설 명가' 쌍용건설의 부활①]글로벌 무대 데뷔 직후 돌풍…'영광의 전성기'
1970년대 후반 등장, 적극적인 해외건설로 돌풍을 일으킨 건설사가 있다. 바로 쌍용건설이다. 해외진출 3년여 만에 싱가포르 래플즈시티 쇼핑센터를 수주하며 모두를 놀래킨 뒤 동남아는 물론 중동, 미국, 일본 등으로 무대를 넓혔다. 글로벌 무대에 우뚝 선 쌍용건설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로 한동안 시련을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탄탄한 기술력을 앞세워 세계 각지에 랜드마크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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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건설이 1980년 수주해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래플즈시티 쇼핑센터./사진=쌍용건설 |
◆쌍용건설, 싱가포르에서 쓴 '신화의 첫 페이지'
1977년 10월 쌍용양회에서 분리된 쌍용건설은 곧바로 해외 건설시장 문을 두드렸다. 1978년 9월 쿠웨이트를 시작으로 1979년 인도네시아, 1980년 싱가포르, 1983년 말레이시아에 해외지사를 잇달아 설립했다.
중동과 동남아에서 지사 설립을 통해 기반을 다진 쌍용건설은 1980년 8월 공사비 4억 달러 규모 싱가포르 래플즈시티 쇼핑센터 사업을 수주, 국내외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싱가포르 개발은행이 발주한 해당 사업은 73층 2065개 객실 호텔과 42층 오피스빌딩 등으로 구성된 대형 프로젝트다. 특히 호텔은 1986년 완공 당시 세계 최고층 호텔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현지에서는 해외진출 3년도 채 되지 않은 국내 건설사가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쌍용건설은 뛰어난 기술력과 성실함으로 원하는 결과를 보여줬다. 고강도 콘크리트 공법 등을 동원해 공사기간을 크게 단축했다. 비가 자주 오는 현지 기후를 감안, 5년 동안 기상 자료를 분석해 한 번도 비가 내리지 않았던 날을 찾아낸 쌍용건설은 48시간 연속으로 콘크리트를 타설해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이런 노력 덕에 래플즈시티 쇼핑센터는 착공 후 약 5년여 만인 1986년 10월 개관에 성공했다. 의구심은 찬사로 바뀌었다. 1985년 8월 당시 리콴유 싱가포르 총리는 독립 26주년 기념연설에서 "한국인이 진취적이라는 사실은 싱가포르 모든 국민이 직접 확인했다"며 쌍용건설을 극찬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래플즈 시티 완공으로 쌍용건설은 물론 한국 건설업계의 능력을 인정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해외에서 꽃 피운 쌍용건설 전성기...소련에서도 요청
래플즈시티 완공 이후 해외수주가 줄을 이었다. 래플즈시티 완공 이후 해외수주가 줄을 이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그랜드 하얏트호텔, 싱가포르 포 포인츠 바이 쉐라톤 등 고급호텔도 많았지만 고속도로, 병원, 상업시설, 빌라 콘도 등 주거건물, 발전소 등의 분야로도 발을 넓혔다.
이에 발맞춰 해외 지사도 늘렸다. 미국 현지법인(1987년)에 이어 일본 도쿄지사(1988년), 말레이시아 현지법인(1994년), 베트남 현지법인(1994년), 인도 뉴델리 지사(1997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지사(1997년) 등이 잇달아 설립됐다.
적극적인 확장 움직임은 수주 실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쌍용건설은 1991년과 1992년 각각 약 3억 달러로 국내 건설사 중 2년 연속 해외수주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를 통해 쌍용건설은 해외에서도 기술력을 갖춘 건설사로서의 명성을 드높였다. 1985년 모기업인 쌍용그룹의 김석원 회장은 요르단에서의 건설공사 공로를 인정받아 요르단 정부로부터 외국인에게 주는 최고 훈장인 독립훈장을 받기도 했다.
냉전 막바지던 1989년 1월에는 공산세력의 맹주 소련으로부터 모스크바 무역센터 건설에 참여해달라는 공식 요청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래플즈시티에 감명받은 소련에서 쌍용건설을 파트너로 지목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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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건설이 시공을 맡아 2010년 개장한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건물 위 배 모양의 건축물이 스카이피크다./사진=쌍용건설 |
◆외환위기 등 어려움에도 지켜낸 '명가 자존심'
잘나가던 쌍용건설은 뜻밖에 암초와 마주쳤다.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쌍용그룹이 해체됐다. 이후 쌍용건설은 1998년과 2013년 두 번의 워크아웃을 겪어야 했다. 같은 기간 쌍용건설의 최대주주도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두바이 투자청으로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쌍용건설은 명품으로 불리는 해외 건축물들을 선보였다. 대표적으로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에 위치한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이다. 63빌딩의 두 배에 가까운 30만2171㎡에 지하 3층, 지상 55층 3개 동, 객실 수 2561개로 지난 2010년 개장한 5성급 초대형 호텔이다.
특히 독특한 외관으로 유명하다. 우선 하늘을 나는 배 같은 모습으로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을 상징하는 스카이피크다. 57층 건물 3개 동 최상층을 연결한 축구장 2배 크기의 공간에 전망대와 수영장 3개, 레스토랑, 산책로, 스파 등을 담은 스카이피크를 조성했다. 스카이피크는 철골 구조물로 무게가 6만톤에 달한다. 여기에 건물 3개 동은 한쪽 건물이 최고 52도의 기울기로 반대편 건물에 기대도록 지어졌다.
입찰을 포기하는 건설사가 나올 정도로 공사 난이도가 매우 높았다. 그럼에도 수주전에서 일본 프랑스 홍콩 등 전 세계 13개 건설사를 물리친 쌍용건설은 포스트텐션(콘크리트 타설 전 관을 설치하고 그 안에 강연선을 넣어 한방향으로 잡아당겨 고정시키는 공법) 등 각종 첨단공법을 사용, 고작 27개월 만에 준공했다. 또 공사기간 동안 최대 6000명의 인원이 24시간 공사를 진행했음에도 1200만 시간 무재해를 기록했다. 한 건축 전문가는 "모두 공사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쌍용건설은 해냈다"며 혀를 내둘렀다.
건설업계에서는 쌍용건설이 어려운 시기에도 기술력을 앞세워 버텄기에 오늘날까지 올 수 있었다는 평가다. 덕분에 2022년 10월 '글로벌세아'라는 새 주인을 만나 새로운 전기를 펼쳐나갈 수 있게 됐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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