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알펜시아 리조트 자산매각 공개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와 들러리, 투찰 가격 등을 담합한 KH그룹 소속 6개사(KH필룩스·KH전자·KH건설·IHQ·KH강원개발·KH농어촌산업)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510억400만 원을 부과했다. 또한 6개사 중 KH필룩스·KH건설·KH강원개발·KH농어촌산업과 배상윤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
|
|
▲ 5차 입찰 관련 합의 및 실행 구조./사진=공정위 |
17일 공정위에 따르면 강원도개발공사는 자사 경영 개선을 위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주요 경기장으로 이용됐던 알펜시아 리조트를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매각하기로 2020년 3월 결정했다.
같은 해 10월부터 2021년 1월까지 4차례의 공개경쟁 입찰이 진행됐으나, 모두 투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입찰 예정 가격은 1·2차 9708억 원, 3차 입찰에서는 10% 감액된 8738억 원, 4차 입찰에서는 20% 감액된 7767억 원으로 떨어졌다.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19조에 따라 유찰 등으로 재공고한 입찰이 다시 불성립하는 경우, 예정 가격 인하가 가능하다. 이에 3차 입찰 시 최초 매각 예정 가격의 10%가 감액됐으며, 3차 입찰도 유찰됨에 따라 4차 입찰 예정 가격은 10% 더 감액돼 최초 가격 대비 20% 감액됐다.
공개경쟁 입찰에 이어 2021년 3~4월 진행된 2차례의 수의계약도 결렬됐다. 1차 입찰 공고시점 전후로 강원도와 KH필룩스는 공개입찰 유찰 시 KH필룩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전제로 한 '알펜시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수의계약 단계에서도 지방계약법령에 따라 4차 입찰과 동일한 가격 조건(7767억 원, 20% 감액)으로 진행되면서 계약체결이 결렬됐다.
5차 입찰 전 강원도개발공사는 최초 매각 예정 가격의 80%까지만 감액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던 재산관리규정을 70%까지 감액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KH그룹 소속 6개사는 5차 입찰에서 입찰 예정 가격이 1차 입찰 대비 30% 감액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뒤 KH필룩스가 설립하는 자회사를 통해 알펜시아 리조트를 낙찰받기로 했다. 또한 유찰로 인한 일정 지연 방지를 위해 KH건설이 자회사를 설립해 들러리로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5차 입찰 공고가 뜨기 직전인 2021년 4월 말 KH필룩스와 KH건설은 KH필룩스를 낙찰 예정자로 정하고, KH건설은 KH필룩스보다 낮은 가격에 투찰해 들러리로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KH필룩스와 KH건설은 알펜시아 인수가 본사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입찰에 참여하기로 했다. 같은 해 5월 초 필룩스는 KH강원개발을, 건설은 KH리츠(현 KH농어촌산업)를 각각 설립했다. 두 회사는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로, 입찰 실무 작업은 KH건설 등 실무자가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KH전자는 강원개발 지분 30%를 인수하고 입찰보증금을 KH필룩스와 나눠 대여하는 등 KH필룩스, KH강원개발과 함께 사실상 컨소시엄 형태로 알펜시아 인수에 참여했다. IHQ는 KH리츠가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알면서 KH리츠 지분 100%를 인수한 후 건설과 함께 입찰 서류를 준비하고 입찰보증금을 대여하는 등 합의를 공동 실행했다.
5차 입찰 투찰 당일 들러리인 KH리츠 측이 예정 가격에 근접한 6800억10만 원에 먼저 투찰한 후 결과를 KH강원개발 측에 텔레그램으로 공유했고, KH강원개발은 KH리츠 투찰 이후 6800억7000만 원에 투찰해 최종 낙찰자가 됐다.
공정위는 배상윤 KH그룹 회장이 담합에 참여하는 모든 과정과 세부사항을 보고받고 이를 승인하는 등 담합을 주도했다고 봤다.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에 따라 담합에 참여한 KH그룹 소속 6개사에게 시정명령과 총 510억4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사건 가담 정도와 공정위 조사 협조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KH필룩스와 KH건설, KH강원개발, KH농어촌산업 등 4개사와 그룹회장 배상윤을 대검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방공기업이 소유한 대규모 공공기관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입찰에서의 담합에 가담한 사업자들을 엄정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유찰 방지를 위한 담합이라 하더라도 최종 낙찰가격 상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잠재적 경쟁자들이 후속 매각절차에서 경쟁할 기회를 제한해 위법하다는 점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