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 2030년 400억 달러 규모 성장
삼성SDI 2027년 양산 공언…도요타와 치열한 경쟁 앞둬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 경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배터리 효율을 크게 늘리면서 충전시간을 줄이고 안전성까지 확보한 전고체 배터리가 시장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으면서 업체들이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삼성SDI,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일본의 도요타, 닛산, 중국CATL, 독일 폭스바겐 등 전기차·배터리 업체들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 인터배터리2024에서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가 전시된 모습./사진=조성준 기자


이는 전고체 배터리 시장이 향후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에 따른 것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고체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2750만 달러(약 362억3000만 원)에서 연평균 18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해 2030년 약 400억 달러(약 52조7000억 원)까지 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량 기준 시장 규모도 2030년 149GWh, 2035년 950GWh까지 성장해 전체 배터리 사용량의 약 10%까지 급성장할 전망이다.

기술력에서 가장 앞선 곳은 삼성SDI와 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거론된다.

삼성SDI는 지난달 열린 인터배터리2024 등을 통해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고체 전지는 계획대로 2027년 양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삼성SDI는 지난해 3월 국내 배터리업계 최초로 경기 수원 삼성SDI연구소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고, 6월에는 시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고객사들에게 샘플을 공급하기 시작한 데 이어, 고객사들과 양산을 위한 협의에 나서고 있다.

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서두르는 이유는 시장 선점 효과에 있다. 시장을 선점하면 전고체 배터리 기술표준을 자사 기준 주도로 형성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다른 업체들도 개발에 뛰어들었다. SK온은 내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2029년 상용화에 나선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 쯤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도 완성차 업체의 전고체 배터리 내재화 포문을 열고 있다. 현대차는 2025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시범적으로 선보이고 2030년부터 대규모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현대차는 2020년 남양연구소에 배터리 개발 전문 조직을 만들고, 지난해에는 서울대와 손잡고 배터리 공동연구센터를 개관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의왕연구소에 차세대 배터리 연구동을 구축할 예정이다.

   
▲ 전기차 배터리 조감도./사진=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캡처


전고체 배터리는 크게 보면 한일전 성격을 띄고 있다. 그 중 도요타는 삼성SDI의 가장 큰 경쟁자다. 기존에는 도요타가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 1위 업체로 알려졌지만 최근 삼성SDI의 기세가 무섭다. 실제로 도요타가 밝히는 양산 시점은 2027~2028년이다. 삼성SDI가 2027년이라고 못 박은 것보다 다소 늦다.

도요타는 지난달 파나소닉과 설립했던 배터리 합작사(JV) '프라임어스 EV 에너지'를 완전 인수하는 등 준비를 진행 중이다.

닛산도 2028년 자체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양산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일본 요코하마 공장에 구축하는 전고체 배터리(ASSB) 파일럿 생산라인을 공개하는 등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밖에 독일 폭스바겐, 미국 테슬라, 중국 CATL, BYD 등 전기차 분야에서 굵직한 업체들은 대부분 전고체 배터리 자체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다만 완성차 업체들이 전고체 배터리를 목표 시점까지 개발하고 양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완성차 중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에 가장 앞선 테슬라, 현대차도 아직 배터리 업체 수준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만들 수 없는 상황에서 독일, 중국의 완성차 업체가 전고체 배터리 양산 체제를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완성차 업체들과 중국 업체들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뛰어든 것은 전고체 배터리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오면 시장 판도가 바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배터리 업체들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기술 개발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선두권 업체들은 이미 정해진 상황"이라며 "개발 및 양산 체계를 선점하면 기술 주도권 확보 및 산업 표준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