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면서 양사의 공동 구매와 공동 영업이 종료됐다. 그동안 공동 구매와 공동 영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 글로벌 경쟁력까지 확보했지만 결국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이마저 사라지게 됐다. 향후 두 회사 간 판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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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사진=고려아연 제공 |
◆공동 구매 및 영업 종료로 협상력 약화 불가피
22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영풍은 공동 원료 구매 및 영업 활동을 종료한 데 이어 황산최급 대행 계약도 중단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고려아연과 영풍의 사업 거래가 사실상 모두 종료됐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이전까지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오면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왔다. 원료를 구매할 때에는 고려아연과 영풍이 대량으로 구매하면 그만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원료 구매 특성상 대량 구매일수록 협상력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원료 운송 측면에서도 양사가 한 번에 운송할 수 있어 이점이 있었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황산 취급에서도 시너지를 내왔다. 아연을 생산할 때 부산물로 황산이 발생하는데 영풍은 이를 고려아연에 판매해 처리하면서 아연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황산 취급 대행 계약도 고려아연이 더는 계약을 연정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오는 6월 30일 종료될 예정이다. 이에 영풍은 황산의 새로운 판매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판매처를 새로 확보하지 못하면서 추가로 보관 탱크를 만들거나 아연 생산을 줄여야 한다.
양사가 시너지를 포기하면서까지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결국 경영권 분쟁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해왔지만 지난해부터 지분 경쟁이 나타났고, 고려아연 주주총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실제로 고려아연에서는 ‘외국 합작법인’에게만 제3자 유상증자를 허용하는 조항 삭제에 나섰지만 영풍이 반대면서 안건이 통과되지 못했다. 고려아연은 영풍 빌딩에 사무실을 두고 있었지만 종로로 사무실을 옮긴다고 밝히면서 갈등은 점점 더 격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전에는 고려아연 사무실에 영풍 직원이 상주해있고, 영풍 석포제련소의 공정 문제를 고려아연과 함께 해결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며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결국 양사가 그동안 확보해왔던 글로벌 최대 브랜드 경쟁력도 없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달청 입찰부터 경쟁 본격화 전망
양사의 공동 영업이 종료되면서 판매 경쟁 역시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아연 판매 역시 고려아연과 영풍은 지리적인 위치를 따져 판매해왔다. 포항과 가까운 고려아연 온산제철소는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현대제철과 가까운 영풍 석포제련소는 판매하는 식이었다.
이러한 판매는 장기 계약을 맺어 판매해왔다. 이에 당장 경쟁을 통해 물량을 빼앗는 경쟁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매 경쟁이 나타날 전망이다.
그러나 조달청 입찰의 경우 양사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달청의 아연주괴 입찰은 연간 물량이 많아 고려아연과 영풍 모두 입찰에 참여해왔다. 다만 공동 영업을 진행하면서 양사가 동시에 입찰하지 않고 양사 중 한 곳만 입찰에 들어와 입찰 경쟁은 없었다.
현재는 공동 영업이 종료된 만큼 양사 모두 입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결국 조달청 물량에 대해서는 양사 경쟁이 가장 먼저 시작될 전망이다. 특히 조달청 물량을 따내기 위해서는 더 낮은 가격으로 입찰해야 하는 만큼 양사 모두 조달청 물량에 대해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는 어려워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시너지 효과가 사라지면서 원가는 높아지게 됐는데 판매 경쟁까지 겹칠 경우 수익성이 더 떨어질 수 있다”며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공동 구매와 영업 종료는 양사 모두에게 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철강업계 내에서도 아연 수급 관련해서 불똥이 튈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철강업계는 아연의 최대 수요처로 철판에 아연을 도금한 아연도금강판을 자동차나 가전 등 주요 산업에 판매하고 있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분쟁 다툼으로 인해 아연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철강업체들의 제품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 이를 걱정하고 있다. 당장은 문제가 없겠지만 경영권 분쟁이 격화될수록 불안감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안정적으로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 제품 생산 차질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철강업계까지 고려아연과 영풍 불똥이 튈 수도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고려아연 측은 영풍과의 공동 구매와 영업을 종료하면서 오히려 득이 된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그동안 영풍과의 공동 판매로 인해 유연한 판매 전략을 가져가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고려아연의 품질이 영풍보다 좋기 때문에 판매에도 문제가 없으며, 온산제련소 생산량도 충분하기 때문에 국내 고객사들의 공급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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