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난 23일 첫 실무회동을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의 영수회담 탐색전이 시작됐다.
당초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재판' 등 기존 일정을 고려하면 25일 영수회담 전망이 나왔으나, 의제 조율이 쉽지 않아 이번 주에서 다음 주로 순연될 관측이 나온다.
2차 실무회동이 정확히 언제 열릴지는 불투명하다. 23일 열린 1차 실무회동의 경우, 회동이 끝나고 나서야 알려졌다. 다음 회동은 민주당과 대통령실이 각자 준비 상황을 점검한 후 다시 열기로 했다.
1차 실무회동에서 회담 일시·형식 및 구체적인 의제를 정한건 없지만, '시급한 민생 문제를 해결할 정책과 중요한 국정 현안을 폭넓게 논의한다'는 원칙적 합의만 이룬 상태다.
추후 실무회동의 진전은 이 대표의 의제 요구사항을 윤 대통령이 얼마나 어느 선까지 수용할지 여부에 달려 있다.
의제 조율에 난항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대표가 원하는 의제(요구사항)은 대통령실 의사결정을 정면으로 겨냥한 채 상병 특검을 비롯해, 전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대통령 거부권 자제 약속, 시행령 통치에 대한 사과 등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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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사진 왼쪽)이 2023년 10월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4월 11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이 대표는 당장 '채 상병 특검을 수용하라'며 촉구하고 나섰다.
24일 이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3분 중 2분이 채 해병 특검에 찬성한다. 채 해병 특검을 반드시 하라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며 "대통령실과 여당은 특검을 수용해서 국민의 명령을 따르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특히 이 대표는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특검법 통과를 해서 반드시 진상 규명을 시작해야 한다"며 "이게 바로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에 나와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요구에 대해 "정부와 여당에서도 전향적 입장으로 임해줘야 한다"며 "대통령이 의회와 의회민주주의 원칙을 무시한 거부권 행사를 남발했는데, 이것을 당연히 자제하고 앞으로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 입법을 우회해 시행령을 법의 위임 범위를 뛰어넘어 만들어 자의적으로 집행한 시행령 통치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중대한 과실 중 하나"라며 "이런 지점도 반드시 사과하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요구에 윤 대통령이 얼마나 응할지 미지수다.
채 상병 특검은 대통령실 의사결정 구조를 파헤칠 수 있어 그대로 받기 어렵고, 민생회복지원금은 물가 상승의 주범이 될 수 있어 난색을 보이고 있다. 홍철호 신임 정무수석은 지원금에 대해 "내 수준에서 답할 정도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또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한 민주당의 관여는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 윤 대통령이 수용하기 힘든 사안이다.
영수회담을 열 기한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회동은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이 첫 영수회담 개최라는 것에 의의를 둘지, 아니면 최대한 많은 성과를 내기 위해 의제 접점 마련에 시간을 들여 물밑 작업에 매진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