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김현수(LG 트윈스) 회장이 야구계를 강타한 '수면제 대리 처방' 사안을 강력 비판했다.

최근 두산 베어스 소속 프로야구 선수 8명이 마약 복용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두산 출신 전 야구 선수 오재원에게 수면제 대리 처방을 해준 사실이 드러나 크게 논란이 됐다. 해당 선수들은 선배 오재원의 강압적인 요구에 수면제를 대리 처방 받아 건네줬으며, 이같은 사실이 구단 조사에서 드러났다. 두산 구단은 KBO(한국야구위원회)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다.

김현수 선수협 회장은 24일 선수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수면제 대리처방 사건은 선배라는 위치를 이용해 향정신성 의약품을 처방받아오도록 후배들에게 강요하며, 후배들이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가하는 등의 보복행위까지 벌인 반인륜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 김현수 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 /사진=LG 트윈스 홈페이지


김 회장은 "그동안 선수협에서는 음주운전, 불법도박, 폭행 등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발생했을 때 선수들이 모두 사죄하고 책임을 함께 진다는 뜻으로 협회장의 이름으로 대국민 사죄를 해왔다. 선수 한 명의 일탈이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기고, 프로야구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은 여러분도 충분히 봐오셨을 거라 생각한다"고 선수들의 공통된 책임의식을 강조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여러가지 형태의 불법적인 행위를 쉽게 접할 수 있고, 프로선수인 우리들에게는 이러한 것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유혹에 노출됐다면 부디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들을 떠올려 주면 좋겠다. 한순간에 자신이 쌓은 커리어가, 자신의 꿈이 무너질 수 있다. 혼자서 뿌리치기 어렵다면 고민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하라"고 당부했다.

김 회장은 "이번 사건이 더 안타깝고 화가 나는 것은, 선배의 강압에 의해 후배들이 옳지 않은 일을 했다는 것이다. 많이 변화하고 좋아졌다고 하지만, 위계질서라는 말 아래 선배가 후배를 존중하지 않고 선을 넘어서는 요구를 하는 사례들이 곳곳에서 일어난다. 그러한 문화가 없어지도록 더 많이 변해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 선후배간의 관계와 팀의 분위기를 위해 어느 정도의 질서가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비상식적인 요구는 해서도, 받아줘서도 안 된다"며 잘못된 선후배 문화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아울러 "선수협회는 지난 2022년부터 선수정보시스템을 통해 선수고충처리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신고한 선수 본인과 협회의 사무총장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볼 수 없는 비공개 프로그램이다. 협회는 또한 고문변호사를 통해 법적으로도 해결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적어도 피해를 받고 있는 선수가 비상식적이고 불합리한 상황에 맞설 수 있는 시스템을 활성화하겠다"는 다짐도 전했다.

끝으로 김 회장은 "선수협에서는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이사회와, 퓨처스리그 순회미팅을 통해 선후배 사이에 앞으로는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안내하도록 하겠다. 현재 KBO리그는 많은 팬분들의 사랑과 응원을 받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우리들은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을 드리기 위해, 더욱 열심히 리그에 임하고 있다. 경기 외적으로도 팬들에게 사랑받고, 사랑하는 가족을 보호하고 우리의 그라운드를 지키기 위해 다같이 노력하고 함께 발전시키자"고 거듭 당부했다.

한편, 오재원은 지난 17일 마약류 관리법 위반(향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보복 협박), 특수재물손괴, 사기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기소된 상태다.

오랜 기간 두산에서 활약한 스타플레이어이자 팀 주장까지 역임한 오재원이 마약 복용 등의 혐의로 구속된 자체만 해도 야구계는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오재원의 강요로 팀 후배 선수들이 불법적인 수면제 대리 처방에 동원된 사실까지 알려져 충격파는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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