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성동규 기자]삼성SDI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 등 업황 악화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를 앞세워 지난해 현대자동차와 제너럴모터스(GM) 등 주요 완성차 고객사를 확보한 데다 주요 경쟁사들과 달리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설비투자를 이어나가면서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여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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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SDI P6 각형 배터리 이미지./사진=삼성SDI 제공 |
삼성SDI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5조1309억 원, 영업이익 2674억 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4.2%, 영업이익은 28%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요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영업이익이 반토막나고 영업손실이 확대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선방한 실적을 거둔 셈이다.
사업 부문별로는 전지 부문 매출액은 4조581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145억 원으로 32% 줄었다. 전지 부문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중대형 전지는 전방 수요 둔화에도 견조한 수익성을 기록했다.
자동차 전지의 경우 프리미엄 차량에 탑재되는 각형 배터리 'P5'의 견조한 판매와 미주향 'P6'의 공급 개시 등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와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수익 467억 원 인식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전지는 비수기 영향 등으로 매출,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소형 전지는 매출이 감소했지만 파우치형 전지를 중심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 원형 전지는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한 고객의 재고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전동공구는 장기 공급 계약을 기반으로 전분기 수준의 매출과 수익성을 유지했다. 파우치형 전지는 주요 고객의 신규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 호조에 따라 전년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 소형전지 실적 개선에 주효하게 작용했다.
전자재료 부문의 매출액은 5491억 원, 영업이익은 52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 10% 줄었다. 편광필름은 75인치 이상 대형 패널을 중심으로 매출이 확대되고 수익성이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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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제네시스 GV70 전기 모델./사진=현대차 제공 |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실적에도 2분기 이후에는 점진적인 반등이 기대된다. 특히 중대형 전지가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자동차 전지는 신규 P6의 확판을 통해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ESS 전지는 전력용 SBB(Samsung Battery Box)의 판매 확대와 UPS용 고출력 배터리의 수요 증가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개선될 전망이다.
아울러 올해 설비투자 비용을 지난해보다 확대해 중장기적 성장동력을 마련한다는 경영전략도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SDI가 설비투자비용을 지난해 4조3447억 원에서 올해 7조 원 수준으로 상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간 삼성SDI는 경쟁사들과 비교해 생산능력 확대에 소극적이라는 평을 들어왔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실적 악화로 설비투자를 축소하기로 하면서 삼성SDI의 투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 되거나 오히려 밑돌 가능성도 있다.
김윤태 삼성SDI 경영지원실 상무는 이날 1분기 경영실적 컨콜에서 "올해 투자는 자동차 전지 중심으로 이뤄질 예정으로 자동차 전지 시장과 고객의 수요에 근거해 진행하고 있다"며 은근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상무는 이어 "올해 이미 확보한 수요 대응을 위한 헝가리와 말레이시아 공장 증설, 미국 합작법인(JV) 신규 공장 건설 투자를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며 "전고체, 리튬인산철 배터리(LFP) 등 신제품 관련 투자도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고체 배터리 사업이 순항 중이라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손미카엘 삼성SDI 부사장은 컨콜에서 "지난해 6월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 셋업 후에 다수의 완성차 업체들에 샘플을 공급해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오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 중 양산 계획을 제시한 곳은 삼성SDI가 유일하다. 전고체 시장에서 삼성SDI의 지위가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이 큰 만큼 호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 캐즘의 돌파구는 배터리 충전 성능에 달렸다"며 "삼성SDI가 배터리 시장에 게임체인저가 될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붙이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수익성 개선이 확연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짚었다.
[미디어펜=성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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