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도 주담대 증가세…공모주 효과 신용대출도↑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감소세를 이어오던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지난달 약 5조 6000억원 순증하며 다시금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정책모기지 등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대출잔액이 늘었는데, 최근 주식·가상자산 시장이 활황을 띠면서 신용대출 수요도 증가한 모습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29일 현재 699조 1939억원을 기록해 한 달 전인 3월 말 693조 5684억원 대비 약 5조 6255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21년 7월 6조 2009억원 증가 후 2년 9개월새 최대 증가폭이다. 이들 은행의 지난 3월 가계대출 신규취급액은 전월대비 -2조 2238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4월 -3조 2971억원 이후 11개월 만에 첫 감소를 보였는데, 한 달 새 반등으로 돌아섰다. 

   
▲ 감소세를 이어오던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지난달 약 5조 6000억원 순증하며 다시금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대출 종류별로 살펴보면,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 약 3조 5976억원 늘어 총 540조 2446억원의 대출잔액을 기록했다. 전달인 3월 -4494억원 이후 한 달 만의 반등이다. 신용대출도 지난해 11월 -2233억원 이후 감소세를 이어오다, 올 4월 1조 8953억원 불어났다. 이에 신용대출 잔액은 104조 2974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출 증가 배경은 상품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주담대 확대는 △정책모기지 재원 소진에 따른 은행 자체 재원 활용 △신생아특례대출 공급 △대환(갈아타기)대출 등이 거론된다. 업계에 따르면 디딤돌·버팀목 등 주택도시기금 대출은 통상 기금의 자체 재원으로 공급된다. 이후 기금 재원이 고갈되면 은행들이 자체 재원을 투입해 대출을 내어주고 가계대출 실적에도 반영하게 된다. 

다만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신규대출 확대가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은 3월 말 대비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는데 2월 말 기준으로 비교하면 (신규취급액은) 줄었다"며 "요즘 가계대출이 줄어들고 있다기보다 주춤하는 분위기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요즘 금리 외에도 집값이 많이 오르면서 사람들이 집을 구매하기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며 "(심리적으로) 너무 비싸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대출을 받을 상황이 안 되다 보니 취급액도 줄어드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집값 상승이 매우 두드러졌던 수 년 전처럼 내 집 마련 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야 대출수요 확대로 이어지는데, 최근에는 궁극적으로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공포론이 확산하면서 내 집 마련 수요가 한풀 꺾였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대출 증가폭이 은행의 총 대출잔액에 견줘 확연하지 않은 만큼, 최근의 증가세에 해석의 여지가 다소 있다는 평가다. 

반면 신용대출 증가는 '자산시장 투자 수요'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요즘 주식과 코인 장이 좋은데, 이 수요 때문에 신용대출이 늘어난 것 같다"며 "공모주 청약 외에도 실제 본격 주식투자를 하려는 수요가 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줄어들던 가계대출이 한 달 만에 반등으로 돌아섰지만, 앞으로도 증가세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당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현지시간으로 지난 1일 6차례 기준금리 동결(5.25~5.50%)을 결정하면서, 하반기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옅어진 까닭이다. 

미국의 금리동결이 장기화되면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금리인하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데, 차주(대출자)들이 고금리에 억눌려 대출을 억제할 수밖에 없다.  

한 관계자는 "파월이 계속 금리를 내리겠다 했는데 갑자기 CPI 지수 등이 안 좋게 나오면서 '금리인하를 못 하겠다'라는 여론이 퍼졌고, 이제 하반기 금리인하도 안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며 "미국이 금리인하를 안 하는데, 한국이 할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이 금리를 인하해도 한국이 안 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아주 혼란스럽다"며 "요즘 시장에서 금리가 오르고 있는데, '금리인하를 기대하지 않는다'라는 게 기대심리에 반영되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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