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내용의 기업결합이 조건부 승인되면서 국내 대중음악 디지털 음원 시장에서 1위 가도를 달리고 있는 카카오의 몸집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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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대중음악 시장의 수직계열화 구조./사진=공정위 |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 주식 39.87%를 취득한 기업결합 신고 건에 대해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승인한다고 2일 밝혔다. 카카오가 지난해 4월 26일 공정 당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한 후 1년여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는 아이유, 아이브 등 소속 대중가수 디지털 음원을 기획·제작하면서 이들 및 타사 음원을 함께 유통하고 있으며, 음원 플랫폼인 멜론도 운영하고 있다. SM은 엔씨티, 에스파 등 소속 대중가수 디지털 음원을 기획·제작하고 있다.
이번 기업 결합 전에도 디지털 음원 기획·제작-유통-플랫폼 시장의 전 가치사슬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었던 카카오는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음원 기획·제작 분야를 강화하고, 유통 분야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3월 말 SM 보통주 39.87%를 취득한 후 4월 말 결합 신고했다. 공정위는 플랫폼 및 종합 콘텐츠 기업인 카카오와 강력한 케이팝(K-POP) 콘텐츠 기업인 SM 간 결합으로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1년여 기간 동안 수렴 및 심의했다.
그 결과,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이 국내 대중음악 디지털 음원 기획·제작 시장의 유력 사업자이자 디지털 음원 유통 및 플랫폼 시장에서 각 1위 사업자인 카카오가 디지털 음원 기획·제작 시장의 1위 사업자인 SM과 결합하는 '수직형 기업결합'으로 봤다. 수직 결합은 동종 산업에 속하지만 거래 단계를 달리하는 사업자 간 결합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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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원 공급 제한을 통한 음원 플랫폼 시장의 경쟁제한./사진=공정위 |
공정위는 카카오가 이번 기업결합으로 SM의 강력한 인기 음원들을 확보해 디지털 음원 기획·제작 시장에서도 1위 사업자에 등극함과 동시에 SM 음원 유통권까지도 확보해 음원 유통시장에서의 지위도 한층 강화할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기업결합 신고 시점 기준으로 디지털 음원 시장에서의 카카오 점유율은 음원 기획·제작 시장(SM 포함) 13.25%, 음원 유통시장(SM 유통전환 포함) 43.02%(써클차트 20위 이내 기준 60%), 음원 플랫폼 시장 43.6%으로 모두 1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SM의 강력한 디지털 음원을 확보한 카카오가 지니 등 멜론의 경쟁 음원 플랫폼에 자기가 유통하는 음원을 적기에 공급하지 않아 음원 플랫폼 시장 경쟁을 제한하거나, 멜론에서 자기 또는 계열회사가 제작·유통하는 음원을 유리하게 소개 또는 노출하는 '자사 우대' 방법으로 음원 기획·제작 또는 유통시장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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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론에서의 자사음원 우대를 통한 음원 기획·제작 및 음원 유통 시장의 경쟁제한./사진=공정위 |
이해관계자들도 멜론의 경쟁 음원 플랫폼이 틈새 시장 공략 등을 위해 멜론에 없는 신규 요금제를 출시할 때 카카오가 음원을 제때 공급하지 않아 신규 요금제 출시가 방해받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SM 소속 대중가수가 데뷔 또는 컴백할 때 멜론을 통해 자사 우대가 이뤄지면 음원 기획·제작 시장의 공정한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공정위는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멜론의 경쟁 음원 플랫폼이 카카오에 음원 공급을 요청할 경우 정당한 이유 없이 음원 공급을 거절하거나 공급을 중단 또는 지연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행위금지 명령을 부과했다. 아울러 독립된 점검기구를 설립해 점검기구가 정기적으로 멜론에서의 자사 우대 여부를 점검하도록 하는 시정조치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점검기구는 카카오로부터 독립되고 공정위 승인을 받은 5인 이상 외부 위원만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멜론의 최신 음악 소개 코너인 '최신음악'과 '스포트라이트', '하이라이징'을 통해 멜론이 제작·유통하는 최신 음원 자사 우대 여부를 점검하게 된다. 이는 디지털 음원 매출 80%가 발매 후 3개월 이내에 발생하므로 음원 흥행을 위해서는 초기 홍보와 노출이 매우 중요한 점을 감안해 최신 음원에 대한 자사 우대 점검 조치를 부과한 것이다.
카카오는 3년간 공정위가 부과한 시정조치를 준수해야 한다. 다만, 디지털 음원 플랫폼 시장에서 유튜브 뮤직과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 압력이 거세져 시장에서의 멜론의 점유율·영향력 등이 현저히 감소하는 등 시장 상황의 중대한 변화가 있는 경우, 공정위에 시정명령 전부 또는 일부 취소 및 변경 요청할 수 있다.
정희은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이번 시정조치는 기업결합 심사에서 플랫폼 자사 우대를 차단하기 위해 시정조치를 부과한 최초 사례로, 엔터테인먼트 분야 기업 결합에 시정조치를 부과한 최초 사례이기도 하다"면서 "앞으로도 국민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되지 않고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업결합 심사를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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