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며 조 바이든 현직 대통령과 재격돌하게 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진영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하는 발언이 잇달아 나와 주목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거론되는 전직 미국 국방부 당국자는 미군이 한국에 주둔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담당 부차관보는 지난 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이뤄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의 주요 임무는 중국 억제로 전환해야 하며, 이를 위해 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킬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은 북한을 상대로 자국을 방어하는데 있어서 주된, 압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미국은 북한과 싸우면서 중국과도 싸울 준비가 된 군사력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이런 변화는 중국과 북한의 군사력 강화와 미군의 상대적인 약화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한국을 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국이 자기방어를 스스로 책임지게 한다는 차원에서 한미 간 전시작전통제권(OPCON) 전환의 조기 이행 필요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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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제2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가 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자신의 싱크탱크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4.5.8./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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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는 “한미가 북핵을 억제하기 위해 모든 선택지를 고려할 필요가 잇다”면서 “한국이 핵무장을 하지 않는 대안을 훨씬 선호하지만 한국의 핵무장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미 시사주간지 ‘타임’과 인터뷰에서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위태로운 위치에 4만명의 군인이 있는데 이것은 말이 안된다”며 “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방어하느냐, 우리는 아주 부유한 나라인 한국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첫 임기 때 기조와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그는 첫 임기 때인 2019년 한국측에 방위비 분담금으로 전년도 분담금의 5배에 달하는 50억 달러 규모의 인상을 요구하면서 합의안 승인을 거부한 일이 있다.
이 때문에 기존의 10차 협정이 만료된 2019년 12월 31일 이후 수개월간 무협정 상태를 이어간 끝에 2021년 3월 미국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직후에서야 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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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페이스북 |
트럼프 미국 대선 후보 진영에서 이 같은 주장이 잇달아 나오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진영 일각의 생각이라기보다 미국의 정책그룹 저변의 생각으로 봐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콜비의 발언은 개인의 생각이라기보다 미국의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의 정책지도부나 정책그룹의 저변에 깔린 생각으로 봐야 한다”며 “앞으로 주한미군을 대중국 포위 및 견제 압박에 집중시켜야 한다는 것에 큰 동의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한미군을 완전 철수시킬지 또는 주한미군의 성격을 중국 견제에 집중시킬지 방법론의 차이는 있겠지만 더 이상 주한미군이 북한 문제에 상대할 여력은 없다는 의미”라며 “최근 이런 주장이 민주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미국의 진보적 언론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정부는 장기적으로 이런 방향에서 미국과의 협력 관계를 조정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한국이 좀 더 독자적인 전시작전권과 자율성을 부여받는 한편,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차원에서 주한미군 전면 철수보다는 감축, 자체 핵무장 대신 미측의 확장억제 유지를 현실적인 방안으로 삼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앞으로 미국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관리 모드로 바꿔 대화 국면으로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리정부는 대비해야 한다”며 “물론 트럼프 2기가 현실화될 때 우리가 대비해야할 것이 더 많겠지만, 바이든 2기에서 북미접촉 또는 대북 외교적 해법이 현실화할 때 우리가 개입할 의제를 마련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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