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올해 1분기 국내 가계부채 규모가 3년반 만에 국내총생산(GDP)을 밑돌았지만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11개월 만에 감소를 기록했던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달 5조원 넘게 늘며 반등했기 때문이다.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최저 1%대 금리로 빌려주는 신생아특례대출과 대출 갈아타기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올 하반기 신생아특례대출 소득 기준이 완화되면 신청 건수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세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
|
▲ 올해 1분기 국내 가계부채 규모가 3년반 만에 국내총생산(GDP)을 밑돌았지만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김상문 기자 |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9조1939억원으로 전월 말(693조5684억원) 대비 5조6255억원 늘었다.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올해 3월 2조2238억원 줄어 작년 4월(-3조2971억원) 이후 11개월 만에 전월대비 첫 감소를 기록했지만,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가계대출 증가를 견인한 것은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담대 잔액은 540조2446억원으로 3조5976억원 늘었다. 주담대는 올 3월 4494억원 감소한 이후 한 달만에 반등했다. 신용대출(104조2974억원)도 1조8953억원 증가하며, 작년 11월 2233억원 줄어든 이후 6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저리 정책상품인 신생아특례대출의 공급이 대출수요와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072건으로 전월(2511건) 대비 1561건으로 크게 늘었다. 2021년 7월(4680건) 이후 2년 9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신생아특례대출은 대출 신청일 2년 내 자녀를 출산이나 입양에 나선 무주택 가구 혹은 1주택 가구(대환 대출)에 최대 5억원까지 최저 연 1.6% 금리로 주택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생아특례대출을 시작한 지난 1월 29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2만986건, 5조1843억 원의 대출 신청이 들어왔다.
정부가 올해 3분기 중으로 주택도시기금의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해 신생아특례대출 연 소득 요건을 현행 부부합산 1억3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수혜대상도 늘어날 전망이다.
신생아특례대출의 장벽이 낮아지면 주택 수요를 자극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작년 한시적으로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의 전례를 비춰봤을 때 주택 수요를 자극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키웠던 만큼, 향후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이 GDP 대비 98.9%로 3년반 만에 100%를 밑돌았다고는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며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정책 모기자 상품이 과도하게 공급될 경우 가계부채 수요를 재차 끌어올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면밀한 모니터링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