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한국 외교수장으로서 6년 6개월만에 베이징을 방문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13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연다.
이달 말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의 서울 개최에 앞선 것인 만큼 정상회의 사전준비 사항도 회담 의제에 포함되겠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조 장관의 방중과 한중일 정상회의는 별개 사항으로 보면 된다”고 말한바 있어 한중 양국관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외교부는 이번 조 장관의 방중에 대해 지난해 11월 26일 부산에서 개최된 한중일 외교장관회담 계기 열린 한중 양자회담에서 왕이 부장이 한국 외교장관을 공식 초청한 것을 실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조 장관의 방중 계기 한중일 정상회의 준비 이상으로 한중 간 갈등 사안들을 관리할 토대를 마련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전략경쟁 시대를 맞아 한미일 협력이 강화되면서 한중관계가 경색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가치동맹을 강조하고, 중국과 경제 탈동조화(decoupling)가 진행되면서 한중 간에도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도 위험완화(derisking)로 선회했고, 최근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과 중국은 적이 아닌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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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에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 계기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2022.11.15./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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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이제 한중관계의 전환점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적어도 지난해 11월 왕이 부장이 한중일 외교장관회담을 마치고도 공동 기자회견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한중관계는 뜸한 고위급 교류 속에서 제자리걸음만 지속해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조 장관은 지난해 12월 장관 후보자 지명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한중관계도 한미일 동맹 못지않게 중요한 관계이기 때문에 조화롭게 양자 관계를 유지해갈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윤석열정부 들어 한중관계에 대한 가장 진일보한 발언이어서 주목받았다.
외교부는 조 장관의 이번 방중 일정은 13~14일 진행된다고 밝히면서 “이번 회담에서 한중관계, 한반도 및 지역·국제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조 장관은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기업인들의 건의와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한편, 이에 대한 지원 방안을 포함해 한중 경제교류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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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2024년 재외 공관장회의 폐회식에 참석해 폐회사를 겸한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다. 2024.4.26./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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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조 장관은 중국지역 총영사들을 소집해 회의를 열 계획이다. 이 회의에선 한중 간 지방 차원의 정치·경제·문화·인적교류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이는 한중관계를 다지기 위해 기반을 탄탄히 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달 22~25일 하오펑 중국 랴오닝성 당서기가 코로나19 이후 중국 지방정부 당서기로서는 처음으로 방한하면서 한중 간 지방교류도 재개된 상황이다.
조 장관이 왕이 부장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 및 탈북민의 강제북송 문제를 논의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말 탈북민 500여명을 대거 북송한데 이어 지난달 말 또 200명 규모로 추가 북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당국의 탈북민 강제북송은 다양한 사정에 기인한 것이겠지만, 한중관계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된 것이 사실이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플라자 프로젝트 이사장)는 정부의 실용적인 대외정책 전환을 주문하면서 “미중 전략경쟁 시대에도 서유럽은 미국에 대해 보다 자율성을 추구하고 있고, 일본은 미일 동맹을 강조하면서도 중국·러시아에 대한 실리적 접근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시대어가 되어버린 ‘경제안보’는 경제가 안보로 등치되는 시기라는 것을 말해준다”며 “국력의 핵심 지표로 부상한 경제·과학기술 역량 강화를 위해 외교적 지혜와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정권의 평가를 좌우할 사안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윤석열정부의 미국과의 동맹 강화 정책은 옳지만, 대한민국 생존에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더 늦기 전에 보다 유연하고 실리적인 외교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북한 문제에서도 “미국과 중국이 북한에 대해 기존 억제지향적인 정책 대신 새로운 외교·경제적인 접근법을 모색할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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