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재계 총수들이 '현장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다. 또 해외에서 수주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직접 사업 챙기기에도 나선다. 현장 소통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재계 총수들의 현장경영 행보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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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한화로보틱스 본사를 방문해 협동로봇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한화그룹 제공 |
◆김승연·장인화 현장경영 돌입…직원 격려하고 사업 챙겨
21일 업계에 따르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최근 현장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R&D캠퍼스를 시작으로 지난달에는 한화로보틱스 본사와 한화생명 본사인 여의도 63빌딩을 방문했다. 이달 들어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도 방문했다.
김 회장은 지난 2018년 10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베트남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방문을 통해 5년여 만에 현장경영에 돌입한 것이다.
김 회장의 현장경영 행보는 글로벌 경영환경 악화 속에서 그룹을 챙기는 동시에 임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김 회장은 사업장을 방문할 때마다 임직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하면서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세 아들의 진행하는 사업에 대해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은 방산을 이끌고 있으며, 차남 김동원 사장은 금융을, 삼남인 김동선 부사장은 로봇을 맡고 있는데 김 회장은 차례로 세 곳의 사업장을 모두 찾았다. 이는 그룹의 승계 구도를 확고히 하고, 세 아들이 맡고 있는 사업을 직접 챙기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김 회장은 글로벌 경영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그룹을 직접 챙기고 있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세 아들이 회사를 이끌어가게 되는 만큼 공개석상에 동행하면서 힘도 실어주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역시 현장경영에 나섰다. 장 회장은 지난 3월 취임 이후 줄곧 현장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100일 동안 이를 실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장 회장은 취임 당시 “포스코 직원들의 경험과 능력을 믿고 있으며, 직원들과 함께 하면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100일 동안 현장에서 직원들과 같이 있으면서 직접 소통하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살펴보면서 사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경영에 반영하기 위해 포항제철소부터 광양제철소, 포스코퓨처엠 등 주요 사업장을 찾았다. 오는 6월 말까지 현장경영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며, 앞으로도 경영에 현장 목소리를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장 회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대대적인 조직문화 혁신에 나서면서 복지 혜택 등이 늘어나고 있다”며 “100일 현장경영이 마무리되면 추가로 사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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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체코에 위치한 두산스코다파워를 방문해 원전 핵심 주기기인 증기터빈 생산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두산그룹 제공 |
◆해외서도 현장경영…“불황에 소통 확대”
해외에서 수주를 따내기 위한 재계 총수의 행보도 돋보인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이달 체코 프라하를 찾아 원전사업 수주를 지원하는 행사를 직접 주관했다.
박 회장은 두산이 체코 원전사업을 수주할 경우 체코가 유럽 내 무탄소 발전 전초기지로 부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계획을 공유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15년 만에 다시 도전하는 해외원전 수주에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태겠다”며 “두산은 에너지 및 기계산업 분야에서 오랜 기간 체코 정부 및 기업들과 협력을 이어왔고, 앞으로도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하며 수주에 힘을 실어줬다.
재계 내에서는 재계 총수들의 현장경영 행보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가 예상되고 있는 만큼 직접 사업을 챙기겠다는 재계 총수들의 의지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달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방문하는 유럽 출장에 다녀온 바 있다. 유럽 현지 시장을 점검하고 비즈니스 미팅, 주재원 간담회 등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현장경영 행보를 보였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브라질, 인도를 방문해 현지 경영상황을 둘러봤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영 환경이 악화되다 보니 재계 총수들이 직접 사업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올해 들어 현장경영 행보가 속속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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