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올라도 지난해 12월부터 LPG 가격 동결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으로 6월도 동결 전망
LPG 사업만으로 버티기 어려워지자 LNG 등 신사업 진출
[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LPG업계가 원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 연속 가격이 동결됐는데 6월 역시 가격 동결이 유력한 상황으로 수익성 확보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LPG 수요가 점차 감소하고 있어 LPG 사업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 SK가스 LPG·수소 충전소 전경./사진=SK가스 제공


24일 업계에 따르면 SK가스는 5월 프로판 가스 공급 가격을 ㎏당 1239.81원, 부탄 가격은 1506.68원으로 책정했다. E1도 5월 가정·상업용 프로판 가격을 ㎏당 1238.25원, 산업용 프로판 가격을 ㎏당 1244.85원으로 결정했다. 부탄 역시 ㎏당 1505.68원으로 동결했다. 

양사 모두 5월 가격을 지난달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했는데 이는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 연속이다. 국제 LPG 가격은 상승했지만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국제 프로판 가격은 지난해 12월 톤당 610달러에서 올해 3월에는 630달러로 20달러 상승했고, 부탄 가격 역시 지난해 12월 톤당 620달러에서 올해 3월에는 640달러로 20달러 올랐다. 

환율 역시 상승하면서 원가 부담을 높였다. 국내 LPG 업체들은 해외에서 LPG 대부분을 수입하기 때문에 환율이 상승하게 되면 원가 부담이 커진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초 1310원대를 보였는데 최근에는 1370원대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원가는 오르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을 하지 못하자 수익성도 떨어졌다. SK가스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74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1월 LPG업체들과 만나 물가 안정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고, LPG 업계도 이에 동참하고 있는 상태다. 

LPG업계 관계자는 “6개월 동안 가격을 동결하면서 미반영분이 누적되고 있다”며 “현재 추세라면 2분기 역시 좋은 실적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LPG 가격은 6월에도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 3월까지 상승세를 보였던 국제 LPG 가격은 4월부터 하락 전환했으며, 여전히 정부의 가격 자제 요청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특히 LPG의 경우 서민연료라는 인식이 강해 원가 상승이 나타나더라도 가격에 반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게다가 국내 LPG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LPG 소비량은 1055만2000톤으로 전년 1116만1000톤보다 5.5% 줄었다. 2년 전 1118만4000톤과 비교해도 5.7% 감소했다. 

LPG업계는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이 커지는 가운데 수요마저 감소하자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SK가스와 E1 모두 먼저 LNG를 신사업으로 점찍었다. SK가스는 올해를 신사업 원년으로 삼고 LPG·LNG 복합발전소인 '울산 GPS'의 시범 가동에 들어간다. 이 발전소는 LNG와 LPG 가격 변동에 따라 원가 경쟁력 있는 연료를 선택해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연간 860만 MWh 규모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데 이는 280만여 가구가 1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양이다.

SK가스는 LNG 터미널도 운영한다. 이 터미널에서는 울산 GPS에서 사용하는 LNG의 공급은 물론 다른 에너지사의 저장설비로도 활용돼 임대수익이 발생할 예정이다. 

E1은 최근 매물로 나온 1조 원 규모의 LNG 발전소 3곳 인수에 나선다. 현재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는데 인수를 완료하게 되면 평택·김천 등에서 LNG 발전소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게 된다. E1이 LNG 발전소 인수에 나선 것도 신사업 진출을 위한 행보다.

양사 모두 향후에는 LPG와 LNG를 넘어 수소와 암모니아 등으로 사업 영역을 더 넓혀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LPG업계 관계자는 “더 이상 LPG 사업 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LNG를 시작으로 신사업 영역을 넓혀 종합 에너지기업으로 거듭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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